날치기 속도전 곳곳 부작용
3300억 심사없이 여권 인사 입김등으로 증액
신규사업에 없던 도로예산 524억원이나 편성
외화예산에 적용할 환율 시간쫓겨 그냥 처리
3300억 심사없이 여권 인사 입김등으로 증액
신규사업에 없던 도로예산 524억원이나 편성
외화예산에 적용할 환율 시간쫓겨 그냥 처리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세번째로 이뤄진 이번 예산안 날치기의 가장 큰 특징은 뭐니뭐니해도 ‘속도’다. 예전엔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계수조정소위에서 여야 모두 꼭 챙겨야 할 예산을 확인하거나 물밑으로 협상을 벌일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계수조정소위가 끝나기도 전에 여당은 회의를 중단하고 기획재정부와 함께 단독으로 수치 조정에 들어갔고 이튿날 오전 예결위 전체회의를 열어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하룻밤 동안 예산안이 슬그머니 증액·감액된 사례도 많고 시간이 부족해 일어난 부작용도 적지 않다.
■ 슬쩍 끼워넣기, 슬그머니 살려내기 정부가 본래 편성한 예산안엔 없지만, 나중에 신규 사업 항목이 추가돼 늘어난 예산은 모두 4180억여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여야 합의가 이뤄진 서해5도 전력 보강 341억6800만원, 경로당 난방비 지원 218억원 등을 빼면 나머지 3300억여원은 예결위 증액심사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해당 상임위에서 늘어나거나 여권 인사들의 입김이 들어가 부풀려진 것이다. 계속사업 예산에서 일부를 증액하는 것에 비해, 아예 없던 사업 항목을 만들어 신규 예산을 편성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정부는 또한 본래 2011년도 예산안엔 신규 도로 계획을 아예 반영하지 않았으나, 이번에 통과된 예산 중 신규 도로 예산은 모두 524억원에 이르렀다.
상임위·예결위를 거치며 낭비성·특혜성 논란으로 대폭 삭감될 예정이었던 예산 중 살아남은 사례도 있다. 케이2(K-2) 전차 사업은 파워팩(엔진과 변속기)에 결함이 있어 2009~2010년 예산 모두 불용이 된 사업으로, 여야 계수조정소위 위원들은 새해 예산으로 올라온 409억원을 전액 삭감하거나 또는 석달 동안의 시험평가 뒤 계약을 맺도록 했다. 하지만 통과된 예산은 파워팩 부분 55억원만 시험평가 뒤 집행하고, 나머지 전차사업 354억원은 그대로 집행하도록 했다. 4대강 공사 구간의 송유관을 옮기는 데 지원해주는 ‘송유관 이설공사 융자’ 145억원의 경우엔, 민주당은 “가스공사 구간은 자비를 들여 이전하는데 대기업에만 보전해주는 건 특혜”라며 전액 삭감을 주장했으나 한나라당 단독으로 통과시킨 예산안에서는 25억원만 깎였다. 대한송유관공사는 지난 2001년 민영화된 뒤 에스케이그룹·지에스가 1·2대 주주다.
■ 졸속 처리 부작용 서둘러 예산안을 통과시키려다 보니 물리적 시간이 부족해 외화예산 편성 때 기준으로 하는 환율을 미처 조정하지 못하기도 했다. 예결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심의 과정에서 2011년도 예산안 기준환율(1달러당 1150원)을 20원 낮춘 1130원으로 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하룻밤 사이 예산안을 짜맞추려다 보니 미처 기준환율을 조정하지 못했다. 2011년도 예산안 중 외화예산은 45억8827만9000달러에 이른다. 환율 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삭감 가능했던 917억6558만원이 그대로 통과됐다. 특히 전체 예산의 50%가 외화예산인 외교통상부는 149억5500만여원의 이득을 봤다. 이한규 민주당 예결위 전문위원은 “매년 예산안을 통과시킬 때는 최근 3개월 평균값을 기준으로 환율을 재조정하는데, 이번엔 부처별로 흩어져 있는 사업들을 다 재조정할 시간이 없어 그대로 통과시켰다”고 말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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