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청와대사진기자단
대통령이 북한을 향해 ‘단호한 조처’를 선언하는 장소로 고른 곳은 ‘전쟁기념관’이었다. 민군합동조사단이 천안함 침몰은 북한의 어뢰 공격 때문이라는 조사 결과를 내놓은 지 나흘 뒤인 5월24일, 이명박 대통령은 용산 전쟁기념관 호국추모실에 섰다. “국가 안보 앞에서 우리는 하나가 돼야 한다”며 굳은 표정으로 대국민담화문을 읽어내려가는 이 대통령 뒤로 한국전쟁 희생자들의 흉상이 보인다.
야당은 정부와 여당이 6·2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북풍’을 이용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천안함 침몰사건을 안보장사, 선거장사에 활용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우상호 민주당 대변인) “오늘 대통령 담화문은 정권안위를 위해 소위 ‘북풍’을 선거에 이용했던 지난 군사독재시절 행태와 다를 바 없다”(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는 지적이 잇따랐다.
천안함 냉기 앞에선 한나라당 심판론도, 야권연대 바람도 무력한 듯했다. 하지만, 민심의 밑바닥에선 큰 바람이 일고 있었다. 군사적 긴장 상태에선 보수 집권당을 밀어줘야 한다는 주장보다 정부의 ‘안보무능’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또, ‘전쟁이냐 평화냐’라는 물음 앞에서, 유권자들은 ‘평화’에 고개를 끄덕였다. 야권의 압승으로 끝난 6·2지방선거 결과는 ‘북풍’이 과거의 위력을 발휘하긴 힘들다는 것을 보여주는 ‘물증’이었다. 북의 연평도 공격 이후, 또다시 정치권은 ‘전쟁 불사’(정부 여당)와 ‘평화 확대’(야당)로 맞서고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 안에서도 남북 대립이 유리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북풍의 위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유주현 기자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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