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증세없는 복지’ 구상에 한나라 “현실성 의문” 비판
진보정당 “증세 회피 비겁”…정동영 “불편한 진실 말해야”
진보정당 “증세 회피 비겁”…정동영 “불편한 진실 말해야”
‘복지 재원’을 둘러싼 정치권의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민주당의 ‘증세 없는 보편복지 실현’의 현실성을 놓고 야권 내부 논란뿐 아니라 여야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관련기사 3·4면
복지 수혜자를 취약계층 등에 제한하는 ‘선별복지론’에 서 있는 한나라당은 31일 민주당의 복지 재원 방안과 관련해 “국민을 현혹하는 거짓 선동정치”라고 반박했다. 심재철 정책위의장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지난해 19%까지 내려간 국민 조세부담률을 2007년 수준인 21%로 원위치시키겠다고 한다”며 “결국 2% 정도 세금을 올리겠다는 얘기를 하면서도 증세가 없다는 거짓말을 한다”고 말했다. 심 의장은 비과세 감면 축소로 연간 6조5000억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민주당의 방안에 대해선 “비과세 감면의 80% 정도가 저소득층, 농민, 중소업자 등에 대한 감면”이라며 “(비과세 감면 축소로 이 부분을 2007년 수준으로) 환원하겠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무상의료에 대해선 “얼마나 돈이 들어갈지 추계할 기초자료도 없는데 민주당은 무조건 해주겠다고 공갈을 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일부와 진보정당은 “민주당이 증세를 회피하는 건 비겁한 태도”라며 ‘증세론’을 들고 논란에 가세했다. 부유세 도입을 주장해온 정동영 최고위원은 이날 “복지를 이야기하려면 세금이란 불편한 진실을 얘기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며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증세 없는 복지’에 제동을 걸었다. 그는 “(복지를 위한 증세는) 당의 정체성과 노선에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증세 찬반을 묻는) 전 당원 투표가 이뤄져야 한다”고 공개 제안했다.
사회복지세 법안을 발의해놓은 진보신당의 조승수 대표도 이날 민주당에 재원조달 방안을 위한 공개토론을 요청했다. 조 대표는 “우리나라의 터무니없이 낮은 조세부담률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꼴찌 수준의 복지비 지출 등을 고려했을 때 증세 없이 재원조달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손학규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보편적 복지는 서민과 중산층을 지키고 사회가 함께 발전하는 사회통합의 길”이라며 “우리는 재정개혁과 부자감세 철회 등의 조세개혁, 건강보험료 징수기준 조정 등의 건보개혁 등을 통해서 새로운 세목의 증설이나 급격한 세율의 증가 없이 (재원을 마련해) 우리의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손 대표는 전날 대규모 토목공사, 과잉홍보비 등 불필요한 예산을 아끼고, ‘부자감세’ 철회와 비과세 감면 축소 등을 통해 무상급식·의료·보육, 대학생 반값등록금을 위한 연간 16조4000억원의 재원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일단 국민에게 세금 신설에 따른 부담을 주지 않고 보편적 복지 체험을 단계적으로 확대해가야, 향후 불가피하게 제기될 수밖에 없는 복지 증세에 대한 저항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박주선 최고위원은 “(지하경제 탈루 등에 대한) 세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는 조세행정 운영으로도 복지 재원을 확보할 수 있는데 한나라당은 이런 노력도 포기한 채 민주당이 내놓는 복지 방안에 대해 무조건 비아냥거리기만 한다”고 말했다.
송호진 신승근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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