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등원 영수회담 관련 입장
의총서 ‘국회정상화’ 결론
14일 개회는 유보…원내부대표 다시 협의 ‘조건’
영수회담과는 분리 ‘MB 성의 보인다면 응할수도’
14일 개회는 유보…원내부대표 다시 협의 ‘조건’
영수회담과는 분리 ‘MB 성의 보인다면 응할수도’
국회 등원과 영수회담 문제로 내부 갈등을 빚었던 민주당이 7일 의원총회에서 2월 국회를 열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다만 정확한 등원 시점과 의사일정 등은 한나라당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다시 협의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려 전날 양당 원내대표가 합의한 ‘14일 등원’ 일정은 추인받지 못했다. 영수회담에 대해선 청와대의 ‘행동’을 지켜보기로 했다.
■ ‘덜컥 합의’ 박지원에 부글부글 이날 오후 3시간 가까이 열린 비공개 의총엔 65명이 참석해 16명이 발언하고 52명이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박지원 원내대표의 전날 ‘등원 합의’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예산안 날치기 처리 이후 아무것도 얻어낸 게 없는데, 박 원내대표가 확정되지도 않은 영수회담을 전제로 덜컥 합의서를 써줬다는 지적이었다. 장세환 의원은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만나 잘 얘기하고 그다음에 국회가 정상화되는 것이 맞는 순서인데, 마치 야당이 영수회담을 구걸하는 모양새가 됐다”고 비판했다. 이용섭 의원도 등원 합의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강봉균 의원은 “영수회담은 원내대표 영역이 아니다. 원숭이가 나무에서 떨어진 게 아니라 오를 수 없는 나무를 오르려 했던 것은 아닌지 돌이켜보라”며 박 원내대표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호남의 한 의원은 의총이 끝난 뒤 “약 먹은 뒤 밥 먹는 것과 밥 먹은 뒤 약 먹는 것은 다르다. 우리는 이번에 약 먹고 나서 밥 먹다가 위장이 헐어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 결론은 등원 박 원내대표에 대한 성토가 빗발쳤지만 의총의 결론은 ‘국회 정상화’였다. 등원 시점만 못박지 않았을 뿐이다. 영수회담 문제도 국회 정상화와 분리하되,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통일된 입장을 갖고 성의를 보인다면 응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뒀다. 한 의원은 “박지원 원내대표를 비판한 의원들도 대부분 등원에 찬성했다”며 “욕은 죽어라고 먹었지만 최종 승자는 박지원”이라고 의총 분위기를 전했다.
한 초선 의원은 “강경론이 대세였는데도 이처럼 물러선 것은 ‘등원은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는 현실론이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야 원내대표 합의를 무효로 만들면 내분이 더욱 심화할 것이란 우려도 민주당의 강경한 분위기를 누그러뜨린 것 같다.
손학규 대표는 마무리 발언에서 “어찌 보면 엎질러진 물이다. 지금 와서 국회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하면 이것도 우습게 된다”며 등원론에 손을 들어줬다. 손 대표는 영수회담에 대해서도 “우리가 목맬 것이 하나도 없지만 우리가 던져놓은 것을 없었던 일로 하는 것은 우리가 스스로를 짓밟는 일”이라며 “앞으로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성의와 진정성을 갖고 있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손 대표는 “부부지간에도 싸울 때가 있고 친구지간에도 소원할 때가 있는 것 아니냐”며 박지원 원내대표와 등원을 둘러싼 갈등이 있었음도 숨기지 않았다.
이유주현 이세영 기자 edigna@hani.co.kr
민주당 손학규 대표(오른쪽)가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들어서며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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