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석 의원 ‘유전자 분석’ 공개
“안동 바이러스, 베트남보다 홍콩·러시아와 유사”
“안동 바이러스, 베트남보다 홍콩·러시아와 유사”
정부가 그동안 구제역 원인을 베트남을 방문한 양돈농가 때문이라고 단정해왔으나, 바이러스 유전자 분석 과정에서 정확한 비교 시료를 확보하지 못하는 등 허점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춘석 민주당 의원은 14일 기자회견을 열어“구제역 국제표준연구소가 지난해 11월30일 안동발 구제역 바이러스 유전자를 분석했더니 홍콩·러시아 바이러스와 99.06% 일치한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영국에 소재한 국제표준연구소는 국제수역사무국(OIE)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서 구제역 진단을 공인한 실험실”이라며 “우리나라도 구제역 바이러스에 대한 유전자 상동성 확인을 위해 이 연구소로 수포액·수포상피세포 및 혈청 등의 가검물 또는 감염동물로부터 분리한 바이러스를 송부해왔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국제표준연구소는 11월28일 채취한 안동 바이러스 유전자 검사시료를 이틀 뒤인 30일에 받아 당일 분석과 발표를 마쳤다.
그러나 정부는 바이러스 유전자 분석을 하면서 상관도가 높은 홍콩·러시아 바이러스의 연관성은 아예 배제하고, 베트남에서 옮아온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안동 바이러스와 유전자를 대조한 베트남 바이러스는 일치도가 98.59%로 홍콩·러시아 상관도보다 더 낮다. 게다가 정부가 비교한 베트남 바이러스 시료는 양돈농가가 방문(2010년 11월)하기 훨씬 전인 2009년 발생한 것이다. 또 정부가 관련 없다고 한 강화도 바이러스는 안동 것과 98.43% 일치해 베트남과도 별 차이가 없다.
이에 대해 농림수산식품부 산하 수의과학검역원의 주이석 질병방역본부장은 “안동 구제역 원인으로 거론되는 홍콩·러시아·일본 바이러스는 베트남 바이러스와 함께 모두 1998년 미얀마 구제역 바이러스에서 유래한 것”이라며 “이들 바이러스가 모두 유전자형에서 상동성이 있지만, 역학조사 결과 안동 축산농이 베트남에 다녀와 소독을 하지 않은 사실과 잠복기를 거쳐 구제역이 발생한 시기가 들어맞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원인을 추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일본에서도 구제역 발생 원인을 공기 감염으로 지목하는 등 신중한 접근을 하는 상황에서 안동 축산농을 지나치게 단정적으로 감염 원인으로 지목했다는 비판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한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관계자는 이날 “구제역 바이러스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소·돼지 등에 6개월마다 백신을 지속적으로 접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백신 비접종 청정국’ 지위를 회복하겠다는 기존 정부의 방침에서 ‘백신 접종 청정국’ 지위를 얻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바꾼 것이다.
이유주현 정세라 김경욱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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