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왼쪽)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국정원장 경질이 국정원 쇄신의 출발이란 것을 청와대가 명심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오른쪽부터)와 김무성 원내대표가 무거운 표정으로 듣고 있다.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무원칙 인사·충성경쟁에 조직 마비 질타
홍준표 “실무자에 책임 전가…한심하다”
야당 “정보전문성 취약” 조직대수술 주문
홍준표 “실무자에 책임 전가…한심하다”
야당 “정보전문성 취약” 조직대수술 주문
여야는 국가정보원 직원들의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침입이 발각된 것과 관련해 원세훈 원장 경질 등 인적쇄신을 포함한 ‘국정원 수술’을 거듭 촉구했다.
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23일 당 최고위원회에서 “국정원장에 대한 보호막을 치고 실무책임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청와대 관계자의 말이 한심하고 한가롭게 보인다”며 “국정원장 경질이 국정원 쇄신의 출발이란 것을 청와대가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정원은 천안함, 연평도 (피격) 사건 등에서 대북 정보능력이 부재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정원 내부 갈등, 국방부와의 갈등 같은 분석이 나오는데, 최고 정보기관의 책임자인 국정원장이 갈등을 통할하지 못하고 (갈등이) 언론에 노출된다는 것 자체가 원장으로서 책임져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정두언 최고위원도 같은 회의에서 “(원세훈 원장이) 전 정부 인사를 교체한다면서 너무 인사가 무원칙하게, 시도 때도 없이 이뤄져 국정원 기능이 마비상태라고 오래전에 들었다”며 “국정원의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주당도 국정원의 ‘대수술’을 요구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이명박 정부 들어 국정원장에 대통령의 개인참모를 임명함으로써 국정원을 권력기관화했다”며 “국정원이 다시 유신시절의 중앙정보부로 돌아가고 있으며, 국정원장과 국정원은 충성경쟁에 몰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세균 최고위원도 “국정원이 치명적 상처를 입었다. 초등학생들한테서도 조롱감이 되고 있다”며 “국정원의 신뢰 회복을 위해선 원장 사퇴는 기본이고 근본적인 대수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최고위원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국정원이 정권의 통치에 활용돼선 안 되며,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면서 정보(취득과 판단의) 전문성이 살아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에선 정치권 동향 파악 등 국내 정보수집 활동에 대한 국정원의 지나친 역량 투입과 전반적인 정보전문성 저하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조직 재진단을 주문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한 야당 의원은 “지금 모든 정부부처와 기관 등에 국정원이 나가 있지 않은 곳이 없다”며 “국내 정보 분야에 대한 과도한 역량 배치로 국외와 대북 정보에선 정보수집 능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정원의 민간인 사찰 개입도 결국 국내 분야에 대한 필요 이상의 인력 투입이 낳은 결과”라며 “국정원 조직개편 등에 대한 진단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다른 의원은 “이명박 정부 들어 정보전문가 대신 원장과의 친소관계, 연고 중심, 충성도 등으로 인사를 하다 보니 국정원의 정보능력이 너무 약화했다”며 “능력은 없고 성과를 내야 하는 압박이 있다 보니, 이번 호텔 숙소 침입 같은 일도 벌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정원이 무능해도 너무 무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왼쪽)는 이 자리에서 “이 정부 들어 국정원장에 대통령의 개인참모를 임명해 국정원을 권력기관화했다”고 말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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