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출신 엄기영, 최문순과 동향
선거 ‘바람몰이’ 어렵다 판단
선거 ‘바람몰이’ 어렵다 판단
4·27 재보선 최대 승부처인 강원도지사 선거의 후보군이 드러나면서 이 지역의 전통적인 ‘소지역주의’가 이번에도 작동할지 관심을 끈다. ‘춘천-원주-강릉’의 삼각 경쟁구도가 뿌리 깊은 강원도의 역대 도지사선거에서 승패의 주요 변수였기 때문이다.
강원도에선 태백산맥을 기준으로 한 영동과 영서 지역의 대립, 강원도 대표 도시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춘천과 원주의 경쟁의식이 짙게 깔려 있다. 지역적 소외감이 강한 영동은 결집력이 높은 반면 영서는 춘천과 원주로 갈리기 때문에, 최각규(강릉)·김진선(동해) 전 지사처럼 영동에서 후보가 나오면 대부분 승리했다. 민주당이 그동안 권오규 전 부총리(강릉) 등 영동 후보 영입에 애써온 것도 이런 연유에서였다.
전직 <문화방송> 사장의 대결로 관심을 모으는 엄기영(한나라당)-최문순(민주당) 예비후보 두 사람은 모두 영서인 춘천 출신이라 지역 대립각이 잘 서지 않는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 한쪽에선 엄기영 예비후보 대신 영동 출신의 새로운 인물을 후보로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당내 후보경선에서 인지도가 높은 엄 예비후보를 불쏘시개 삼아 영동의 경쟁력 있는 후보를 물색하자는 논리다. 강원 지역 사정에 밝은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엄기영 카드로는 반한나라당 정서를 깨거나 지역주의 정서도 활용하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엄 전 사장에게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주기보다는 강릉 출신인 최흥집 전 강원 정무부지사와 이호영 전 이명박 대통령후보 특보를 함께 대규모 경선(선거인단 4만2천여명)에 참여시켜 분위기를 띄운다는 방침이다. 한나라당의 핵심 당직자는 “당으로선 영동 출신 후보가 최선”이라며 “엄 전 사장이 경선에서 승리하면 모를까 당이 나서 그에게 몰아주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당 일각에선 최명희 강릉시장을 설득해 당내 경선에 참여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계속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이 이처럼 영동 후보에 목매는 까닭은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패한 쓰라린 기억 때문이다. 한나라당 이계진, 민주당 이광재 후보 모두 원주고등학교 출신이었지만 이계진 후보는 지역구가 원주인 반면 이광재 후보는 영동의 태백·영월·평창·정선이라 원주 이미지가 강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전 지사가 춘천에서 몰표를 받을 수 있었다.
이유주현 성연철, 춘천/정인환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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