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절감 같은 것을 느낍니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한겨레>와의 단독 인터뷰 말미에 외교부 혁신 문제가 나오자, 대뜸 “말하면 시간도 걸리고 열을 낼 수도 있는 사안”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선일씨 피살 사건 등을 겪으면서 외교부에 쏟아진 국민들의 비판을 받아들여 여러가지 개혁안을 내놓았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한 자책감과 정부 차원의 지원이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한 서운함이 가슴에 맺힌 듯했다.
“영사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 게 언제입니까. 솔직히 어제 정례 브리핑 때 이 문제를 6월 말까지 매듭짓겠다던 약속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해 국민들에게 죄송하다고 밝히려 했는데, 참모들이 말려 그만뒀습니다.”
그는 영사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한 외교부의 노력이 부처 간 협의 과정에서 뒷받침되지 못하는 상황을 특히 아쉬워했다. 24시간 콜센터 운영, 휴대전화 로밍서비스를 이용한 긴급 문자메시지 서비스 개시, 신속대응팀 구성 등 외교부의 일은 10배 이상 늘었는데도 인원과 조직은 ‘20세기 그대로’라는 것이다.
“장관과 차관이 동시에 외교부를 비우는 일도 꽤 있습니다. 최근에는 차관보에 정책실장까지 고위간부 4∼5명이 한꺼번에 자리를 비운 적도 있습니다. 이런 조직으로는 국제사회에서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그는 “국민들께선 외교부가 뭐 잘한 게 있느냐고 하겠지만, 좋은 방향이라고 판단되면 과감히 밀어주는 것도 필요하다”면서 줄이는 것만이 개혁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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