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희망대장정 가보니
구제역 사태 등 민원 쏟아져
이광재 ‘공개지지’ 응원 얻어
소규모 만남 ‘저효율’ 회의도
구제역 사태 등 민원 쏟아져
이광재 ‘공개지지’ 응원 얻어
소규모 만남 ‘저효율’ 회의도
100일 동안 전국을 샅샅이 누비며 밑바닥 민심을 만나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희망대장정’ 프로젝트가 4분의 3 지점을 넘겼다.
대장정을 25일 남겨둔 17일 저녁 손 대표가 강원도 원주시 문막면 취병2리 진밭골마을을 찾았다. 23가구 중 16가구가 소를 키웠던 이곳은 지난해 12월 마을을 덮친 구제역으로 축사가 텅텅 비게 됐다. 노인회관에 모인 주민 30여명은 손 대표에게 “겨우내 마을회관에서 먹고 자며 마을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왜 정부는 구제역 책임을 농민 탓으로만 돌리느냐” “지원금을 주면서 왜 세금을 떼느냐” 등 답답함을 호소했다. “감자를 쟁여놓는 저장소가 필요하다” “건강관리실 전기요금이 너무 많이 나온다”는 ‘민원’도 꺼내 들었다. 주민들의 말을 꼼꼼히 받아적는 손 대표의 얼굴엔 안타까움과 곤혹스러움이 교차했다. 100분가량 주민들의 목소리를 들은 손 대표는 “희망대장정 하면서 가장 어려운 게 이런 부탁을 듣는 거다. 우리가 야당이라고 해서 책임을 회피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생활안정자금에서 세금 떼는 문제는 민주당이 이미 개정 법안을 발의해놓았으니 꼭 통과시키도록 하겠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챙겨서 결과가 있으면 반드시 답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이날 손 대표는 강원도에서 뜻밖의 응원군을 만났다. 손 대표를 만나러 진밭골을 찾은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는 “우리나라가 어려울 때 민주화운동을 하셨고 국회의원, 장관, 도지사, 당 대표 하신 이런 분, 예측 가능한 분이 대통령 되는 것을 보고 싶다”며 “답답하고 부족하지만 손 대표를 지지한다. 돕겠다”고 말했다. 친노세력 지분이 있는 이 전 지사가 공개적 지지를 선언한 것이다. ‘답답하고 부족하지만’이란 단서에 대해 손 대표의 한 측근은 “이 전 지사는 ‘대선까지 시간이 없는데 이렇게 밑바닥을 돌고만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해석했다.
실제로 하룻밤에 20~30명의 주민과 만나 자정이 넘도록 얘기하고 막걸리 잔을 기울이는 방식을 놓고 당 안팎에선 회의론이 짙은 게 사실이다. 시간투자 대비 효율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지지율에 탄력이 붙지 않고 있는 점도 주변에서 조바심을 내는 요인이다.
하지만 손 대표는 눈 하나 깜박 않는다. 그는 틈날 때마다 “내가 대통령이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치를 바꾸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손학규식 진심의 정치’가 한자리대로 내려앉은 지지율을 들어 올릴 수 있을까?
이유주현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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