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국책 토목사업 갈등
동남권 신공항 계획
표의식 정치적 접근
4차례 미루며 분란키워
세종시·의료복합도시도
정책 뒤흔들며 반발 사
표의식 정치적 접근
4차례 미루며 분란키워
세종시·의료복합도시도
정책 뒤흔들며 반발 사
[뉴스분석] 이명박 정부, 조정기능 상실 ‘신뢰 위기’ 자초
정부의 동남권 신공항 건설 백지화 방침이 가시화하고 공항 유치를 원했던 지역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그동안 각종 국책사업에서 드러난 이명박 정부의 ‘갈등조정 실패’가 다시 비판받고 있다.
현 정부가 대규모 지역개발 사업과 그에 따른 갈등을 다뤄온 방식에는 일정한 유형이 있다. 감당할 수 없거나 별로 의지가 없는 사업은 말을 바꾸거나 무작정 미루고, 대통령의 뜻이 강한 사업은 시민단체·야당이 아무리 반대해도 강행하는 것이다. 그 와중에 지역 갈등, 여야의 극한대치, 정부에 대한 신뢰 상실 등 국민이 치른 ‘사회·정치적 비용’은 차곡차곡 쌓였다.
동남권 신공항은 ‘엠비(MB)식 지연전술’의 실패작이다. 정부는 2009년 타당성 조사를 거쳐 신공항 건설 지역을 발표한다고 했지만 네차례나 연기하며 갈등을 더욱 키웠다.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소속인 김진애 민주당 의원은 “2009년에 청와대가 적절한 절차를 거쳐 결론지었더라면 사회적 비용이 이처럼 커지진 않았을 것”이라며 “지역 표를 얻기 위해 토목로또사업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 안에서 2010년 6·2 지방선거를 고려해 동남권 신공항 발표를 미뤄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면서 결정이 늦춰졌다”고 말했다.
열달 넘게 정국을 뒤흔들다 실패로 끝난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 수정 시도는 말바꾸기의 대표작이다. 여권 인사들의 말을 들어보면,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 참여정부의 정책을 이어 세종시를 건설하겠다고 말은 했지만 속내는 취임하면 반드시 수정하겠다는 생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취임 뒤 1년 반이 넘은 2009년 9월 정운찬 국무총리의 입을 통해 수정론을 흘리며 함구하고 있다가 그해 11월이 돼서야 세종시 원안 중단을 공식 선언했다. 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도시)의 경우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때까지도 충청권에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짰으나, 여러 지역에서 과학도시 유치를 원하며 경쟁이 붙자 방송 좌담회에서 “공약집에 있던 내용이 아니다”라고 말해 충청권의 반발을 자초했다.
대형 국책사업들에 대해 “정치적으로 접근하지 않는다”는 청와대의 공식 설명과 달리, 실제로는 청와대가 철저히 정치적 논리에 따랐다는 비판이 나온다. 첨단의료복합단지는 본래 경쟁력 있는 최적지 1곳만 택할 계획이었으나 충북 청원 오송과 대구 2곳을 선정했다. 대구지역의 한 의원은 “인력 공급 문제, 수요 부족·분산 등으로 효율성이 많이 떨어지게 됐다”며 “심사 회의록을 보면 대구 1등, 강원 원주 2등, 충북 오송 3등이었는데 2등인 원주를 떨어뜨린 사실이 나온다. 표를 고려해 결정한 게 뻔하다”고 말했다. 원주의 탈락은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강원도의 선거 쟁점으로 떠올라 민주당 후보 당선에 결정적 구실을 했다.
하지만 정부는 4대강 사업에 대해서만은 아무리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도 국민들의 ‘눈치’조차 보지 않고 강행했다. 온갖 편법을 써가며 환경영향 평가, 경제적 타당성 분석 등 국책사업에 꼭 필요한 절차들을 밟지 않았다.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은 “동남권 신공항을 타당성이 없어 포기한다면 왜 타당성 조사도 안 한 4대강 사업은 밀어붙였느냐”고 말했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4대강은 그처럼 과감하게 추진했던 정부가 어떤 정책들은 계속 지연시켜 오다가 나중에 수정·폐기하는 등 일관성 없는 모습을 보여줬다”며 “수조원이 들어가는 대형 국책사업을 대통령 개인의 판단에 의해 편의적으로 결정하고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유주현 황준범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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