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검찰 갈등
법조개혁안 내놓은 뒤 여야 구분없이 압박감
일부 위원 비위설 흘러나오자 출처 싸고 ‘흉흉’
검찰 “우리가 바보집단이냐” 손사래 치면서도
의원·언론들 상대로 분주히 ‘맨투맨’ 설득작업
일부 위원 비위설 흘러나오자 출처 싸고 ‘흉흉’
검찰 “우리가 바보집단이냐” 손사래 치면서도
의원·언론들 상대로 분주히 ‘맨투맨’ 설득작업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 무슨 일이…
지난 10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야당 의원으로부터 몇몇 기자에게 문자메시지가 날아왔다. “검찰이 사개특위의 ○○○ 한나라당 의원은 여자 문제로, ○○○ 한나라당 의원은 돈 문제로 언론에 흘렸습니다. 다음은 누가 타깃일까요?” 사개특위 소속 의원 관련 언론 보도가 잇따라 보도된 직후였다. 최근 사개특위 소속 의원들의 검찰에 대한 예민한 정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지난달 10일, 국회 사개특위가 판검사를 수사 대상으로 한 특별수사청 설치, 대검 중수부 폐지 등을 담은 대대적인 법조개혁안을 내놓은 이후, 정치권과 검찰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사개특위 위원들은 “검찰이 틈만 나면 흠집 내려 노리고 있다”고 민감해한다. 하지만 검찰은 “그런 일 절대 없다”고 손사래를 친다.
사개특위 소속 한 야당 의원은 17일 “검찰이 지난 2월께 신협의 쪼개기 후원금 수사를 벌이다 한 문건에서 나와 가까운 지인의 이름이 나오자 그에게 전화를 걸어 ‘○○○ 의원과 친하냐’고 물어봤다”며 “그는 내 지역구 주민인데 검찰이 전화를 걸어오자 덜컥 겁이 나 내게 연락을 해왔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그 지인은 사건과 무관했고 수사선상에 오른 인물도 아니었다”며 “만약 검찰이 지역구 주민 서너명한테만 이런 식으로 전화를 하면 우리 지역 분위기가 얼마나 흉흉하겠느냐. 사개특위 위원이기 때문에 해코지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검찰은 나중에 해당 의원에게 사과하고 그 지인에게도 수사와는 무관하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개특위 소속 또다른 야당 의원은 “요즘 사개특위 위원들이 모이기만 하면 서로 조심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거의 ‘검찰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다. 여야 구분도 없다”며 “검찰이 이렇게 압박할수록 오히려 우리가 더 세게 나가야 한다는 얘기를 한다”고 전했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4일 의원총회에서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만약 검찰이 통화내역 조회, 계좌추적 등을 한 사실이 드러나면 쉬쉬하지 말고 즉시 원내대표실로 신고하라”고 말했다. 사개특위 검찰소위원장인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14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까마귀 날자 배 떨어졌는지 모르겠지만, 어떻게 사개특위 위원 한사람 한사람마다 모든 것을 지금 검찰이 수사를 하고 있느냐”고 따졌다.
하지만 검찰은 “사개특위 위원을 겨냥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반응이다. 사개특위 소속 의원의 비위 문제가 언론에 보도된 경위에 대해 검찰 쪽은 “우리가 흘린 게 아니다”라고 항변한다. 대검의 한 간부는 “우리가 무슨 바보집단이냐. 그렇지 않아도 사개특위를 놓고 시끄러운 터에 검찰이 사개특위 위원들을 뒤지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검찰은 여야 의원들과 언론을 상대로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기수·학맥·지연 등을 활용해 선후배 의원들을 맨투맨으로 파고드는 식이다. 사개특위 내 ‘6인소위’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여당 의원은 지난달 개혁안 발표 직후 잘 아는 대검 소속 현직 검사에게서 연락이 와 만났다. 또다른 사개특위 소속 여당 의원도 고교 선배인 대검 검사에게서 사법개혁안과 관련해 최근 여러차례 전화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또한 최근엔 언론사별로 담당을 정해 기자들과 만나고 있다.
18대 국회 들어 사법개혁이 쟁점으로 떠올랐을 때만 해도 전선은 검찰-정치권이 아니라 여야 사이에 그어져 있었다.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민주당은 대대적인 검찰개혁을 제기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광우병을 보도한 <피디수첩> 1심 무죄 판결 등을 지켜보며 ‘법원수술’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결국 2010년 2월 사개특위가 출범했지만 서로 이해관계가 달랐기 때문에 활동은 지지부진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청원경찰 입법로비(청목회) 수사를 계기로 여야는 “검찰 권력이 너무 비대해 제한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이뤘다. 검찰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청목회 수사의 칼날을 들이대자 ‘여당 대 야당’의 대립 전선이 ‘정치권 대 검찰’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사개특위 활동도 급물살을 탔다. 활동이 지지부진하던 사개특위는 지난해 12월 검찰·법원·변호사 문제를 모두 논의하는 ‘6인소위’를 구성한 이래 석달 만에 사법개혁안을 만들어냈다. 사법개혁안을 둘러싼 정치권과 검찰 주장은 상반된다. 검찰은 정치인들이 청목회 수사 등에 대한 반감으로 사법개혁안을 내놨다고 생각한다. 반면 정치권은 검찰권을 제한하는 사법개혁안을 좌초시키려는 목적으로 검찰이 의원들 주변을 들쑤시고 있다고 판단한다. 사법개혁의 큰 방향은 오는 20일 국회 사법개혁특위 전체회의에서 결정된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하지만 지난해 말 청원경찰 입법로비(청목회) 수사를 계기로 여야는 “검찰 권력이 너무 비대해 제한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이뤘다. 검찰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청목회 수사의 칼날을 들이대자 ‘여당 대 야당’의 대립 전선이 ‘정치권 대 검찰’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사개특위 활동도 급물살을 탔다. 활동이 지지부진하던 사개특위는 지난해 12월 검찰·법원·변호사 문제를 모두 논의하는 ‘6인소위’를 구성한 이래 석달 만에 사법개혁안을 만들어냈다. 사법개혁안을 둘러싼 정치권과 검찰 주장은 상반된다. 검찰은 정치인들이 청목회 수사 등에 대한 반감으로 사법개혁안을 내놨다고 생각한다. 반면 정치권은 검찰권을 제한하는 사법개혁안을 좌초시키려는 목적으로 검찰이 의원들 주변을 들쑤시고 있다고 판단한다. 사법개혁의 큰 방향은 오는 20일 국회 사법개혁특위 전체회의에서 결정된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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