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서 SK 관련법 처리 부탁안했다→했다”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이 20일 오전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에스케이(SK)그룹 관련 법안 처리에 대해 아무런 부탁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가 오후에 다시 부탁을 했다고 말을 바꿔 말맞추기 의혹이 제기됐다.
정진석 정무수석은 지난 19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최태원 에스케이그룹 회장의 부탁을 받고 (에스케이증권 매각 문제와 관련한) 공정거래법이 계류중인 법제사법위원회의 박영선 법안심사소위 위원장에게 전화한 것 아니냐”는 조영택 민주당 의원의 질문을 받고 “최 회장으로부터 청탁을 받은 게 아니라 공정거래위원장으로부터 부탁을 받고 민주당 법사위 의원들에게 전화한 바 있다”고 말했다. 법사위에 계류돼 있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일반지주회사에 증권·보험사와 같은 금융자회사 보유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07년 지주회사로 전환한 에스케이의 경우, 4월 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오는 7월까지 에스케이증권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하지만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20일 아침 정무위원회 회의장에 들른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나는 (정진석 수석한테) 그런 거 알아봐 달라고 한 적 없다”고 말했다고 박 원내대표가 전했다. 또 김 위원장은 “나는 내 주위로 기업들 얼씬도 못하게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날 오후 다시 보도자료를 내 “김동수 위원장은 1년간이나 법사위에 계류중인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위해 정무수석을 포함한 정부내 인사에게도 다각적인 협조를 요청한 바 있다”고 밝혔다.
조영택 의원은 보도자료가 나간 뒤 정무위원회에서 “하룻밤새 정진석 수석이 부탁을 했다, 안 했다, 했다, 말이 3번이나 오락가락하냐”며 “단 몇시간 만에 공정거래위원장의 발언을 공정위에서 뒤집는 것은 그 사이에 발언 수위를 조절한 의혹이 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21일 정무위원회에서 김동수 위원장을 상대로 정 수석과의 청탁 여부 및 말맞추기 여부 등을 캐물을 예정이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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