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경남 김해시 진례면 진례면사무소에 마련된 투표소 앞에 유권자들이 줄을 서 투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김해/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분당 천둥치다 잦아들며 출근길 투표열기
강원 종일 비…양양 오후2시 50% 훌쩍
김해 정장차림 긴 줄…순천 하늘은 화창
강원 종일 비…양양 오후2시 50% 훌쩍
김해 정장차림 긴 줄…순천 하늘은 화창
전국 표정
‘비’에 웃고 운 27일이었다. 38곳 선거구에 차려진 1353개 투표소가 오전 6시부터 빗속에 문을 열었다.
서울로 출근하는 유권자들이 많아 날씨에 가장 민감했던 경기 성남 분당을에선 새벽에 천둥번개가 치기도 했지만 출퇴근 시간대인 오전 7시 접어들면서부터는 비가 잦아들었다. 강재섭 한나라당 후보는 오전 7시 분당구 구미중학교에 마련된 투표소를 찾았다. 그는 투표 직후 기자들에게 “이번 선거는 여야 전현직 대표가 출마해 평소보다 시끄러웠다”며 “진인사대천명이라고 생각한다. 분당 주민들이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는 현명한 판단을 해주실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손학규 민주당 후보는 아침 8시 탄천초등학교에서 투표를 마친 뒤 구미동 아파트로 돌아가 휴식을 취했다. 손 후보는 투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변화에 대한 열망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며 “온몸을 던져 선거운동을 했다. 국민이라는 희망이 있기에 행복했다”고 말했다.
막판 불법선거운동이 겹치며 혼전이 펼쳐진 강원도에선 하루종일 빗발이 오락가락했으나, 오전 일찍부터 투표 열기가 심상치 않았다. 특히 도지사와 군수 선거를 같이 치르는 양양군은 오후 2시께 도내에서 가장 먼저 투표율 50%를 넘어섰다. 이날 오전 7시30분 춘천 부안초등학교 투표소에서 한표를 행사한 엄기영 한나라당 후보는“비가 와 투표참여가 적을까 봐 걱정이다. 도의 미래를 위해 한 표를 행사했으면 좋겠다”며“텔레비전 토론회 때문에 도민을 만나는 시간이 너무 짧았던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최문순 민주당 후보는 이보다 한시간 전인 아침 6시30분 노모와 함께 춘천 기계공고에서 투표했다. 최 후보는“날씨가 궂지만 투표가 자신의 권리를 누리는 방법이기 때문에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두달 선거전이 힘들어 때로는 피하고 싶었지만 유감없이 했다고 생각한다. 꼭 투표해달라”고 당부했다.
선거 종반 접전이 벌어졌던 경남 김해을에선 이른 아침부터 정장 차림의 직장인 유권자들이 몰렸다. 장유면 등 회사원들이 많은 투표소에서는 한때 긴 줄이 생겨나기도 했다. 김태호 한나라당 후보는 선거운동 때 차림인 파란색 점퍼와 운동화를 신고 이날 오전 9시께 장유면 덕정초등학교에서 투표를 했다. 그는 “빚을 일로써 갚겠다. 김해시민들로부터 믿음을 받지 못한다면 저의 꿈도 미래도 없기 때문에 김해시민의 꿈이 저 김태호의 꿈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봉수 국민참여당 후보는 아침 6시30분께 짙은 색 양복과 노란색 넥타이를 매고 장유면 대청초등학교에서 한 표를 행사했다. 그는“선거운동 기간 시민들께서 ‘될거다’, ‘할 수 있다’고 격려해주셨다”며 “승리를 확신한다”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씨는 검은색 옷에 노란 스카프를 두르고 아침 8시께 진영읍 진영문화센터에서 투표했다.
야권 단일후보인 민주노동당 김선동 후보를 비롯해 무소속인 구희승·김경재·박상철·조순용·허상만·허신행 후보 등 총 7명이 후보로 나선 순천에선 맑은 날씨 속에서 투표가 이뤄졌다. 아침 일찌감치 투표를 마친 후보자들은 “최선을 다했다. 좋은 소식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이날 순천에선 특정 후보 캠프에서 유권자들을 봉고차에 태워 투표소로 나르는 ‘차떼기’ 현장이 적발돼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유주현 기자, 김해 춘천/최상원 정인환 기자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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