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재보선 최종 득표율 현황
[4·27 재보선]
“어려운 길 무릅쓰고 승리” 가능성 보여줘
야권 묶을수 있는 ‘맏형 리더십’ 숙제 안아
“어려운 길 무릅쓰고 승리” 가능성 보여줘
야권 묶을수 있는 ‘맏형 리더십’ 숙제 안아
분당을 ‘배수진 드라마’
“손학규의 승리도 아니고 민주당의 승리도 아닙니다. 현 정부에 대한 실망과, 변화에 대한 열망과, 미래에 대한 희망이 분당을 주민들을 통해 표현된 것입니다.”
27일 밤 11시23분 분당 정자동 민주당 선거사무실, 햇볕에 그을리고 끼니를 자주 걸러 꺼칠해진 얼굴이 마침내 환하게 빛났다. 꽃목도리를 두르고 환호에 답하는 그의 눈이 촉촉했다. 유권자들의 반응은 좋았지만, 분당에서 한번도 민주당이 이겨본 적이 없던 경험 탓에 마지막까지 마음을 놓지 못했던 싸움이었다.
손학규(64) 민주당 대표가 분당을에 출마해 당선되기까지는 숱한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나라당 텃밭인 분당을에서 민주당 간판 달고 나서겠다는 사람이 없자, 올해 초부터 당 안팎에선 ‘손학규 차출론’이 솔솔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당내에선 출마론(문학진 의원)과 불가론(신학용 의원)이 팽팽히 맞섰다. 결국 그는 지난달 30일 “장수가 뒤에 있지 않고 앞장서서 직접 싸우는 것이 승리의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출마선언을 한 뒤, 곧바로 선거운동에 뛰어들었다. 거리를 누비며 “이대로 안 되겠다고 생각한다면 손을 들어 달라, 변화를 원한다면 손을 잡아 달라”고 호소했다. 재보선을 사흘 앞둔 24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는 배수진을 쳤다. “이번 선거에 제 모든 것을 바치겠다. 국민 여러분의 가슴 한쪽에 제 운명을 맡기겠다”고 했다. 그리고 마침내 운명의 여신은 그의 손을 들어줬다.
손 대표는 이번 승리로 대선가도에 날개를 달았다. 한나라당 예산 날치기에 항의하며 풍찬노숙을 벌여도, 전국 마을회관에서 쪽잠을 자며 ‘희망대장정’을 벌여도, 대중적 관심을 별로 받지 못했던 터였다. 하지만 한나라당 심장부에 출마하는 강단을 보여줬다. 그는 뉴스의 중심이 됐고 대선주자로서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줬다. 이날 당선이 확정된 뒤 그의 지지자들은 “대통령, 손학규”를 연호했다.
한귀영 전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손 대표는 이번 분당을 출마로 국민들에게 ‘어려운 길도 무릅쓰고 가는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을 심어줬다”며 “이제 국민은 그를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더욱 진지하게 눈여겨볼 것”이라고 말했다.
손 대표 쪽에선 재보선 이후 그의 지지도가 ‘마의 15%’를 넘기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품고 있다. 이춘석 대변인은 “지금보다 10%포인트 이상 지지율이 오를 것”이라며 “특히 수도권에서 손 대표의 가치가 높아진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지난해 10·3 전당대회 때 호남 사람들이 손 대표를 지지한 것은 대선주자로서의 가능성 때문이었다”며 “이번 승리로 호남에서도 손 대표에 대한 지지가 굳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선까지 앞으로 손 대표가 풀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 손 대표의 핵심 측근인 신학용 의원은 “앞으로 지지도가 오른다고 해도 이를 유지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라며 “대선후보로 우뚝 서려면 손 대표가 좀더 폭넓고 인상적인 행보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 대표도 이날 당선 뒤 밝힌 소감에서 “승리에 도취되지 않을 것이며, 더 낮은 자세로 민생을 살피고 정의를 세워나갈 것”이라며 무거운 책임을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총선·대선 전에 흩어져 있는 야권을 묶을 수 있는 ‘맏형 정치력’을 발휘하고, 30%대의 지지율을 달리고 있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선명한 경쟁 구도를 만들어내야 하는 숙제도 안고 있다. 이유주현, 분당/석진환 기자 edigna@hani.co.kr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27일 밤 경기도 성남시 분당 선거사무소에서 당직자들과 함께 손을 맞잡고 환호하고 있다. 성남/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이와 함께 총선·대선 전에 흩어져 있는 야권을 묶을 수 있는 ‘맏형 정치력’을 발휘하고, 30%대의 지지율을 달리고 있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선명한 경쟁 구도를 만들어내야 하는 숙제도 안고 있다. 이유주현, 분당/석진환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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