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28일 오전 경남 김해시 장유읍 이봉수 참여당 후보 사무실에서 지지자들이 인사를 하자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김해/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단일화에도 패배 치명타
친노분열 등 난제 수두룩
대선 일정표 수정 불가피
친노분열 등 난제 수두룩
대선 일정표 수정 불가피
위기의 남자 유시민
그는 선거가 끝난 28일 아침에도 창원터널 앞에 섰다. 지난 한 달 동안 그랬던 것처럼 아침 6시30분부터 8시까지 시민들에게 출근 인사를 했다. 다만 이날은 김해 시민들에게 ‘참여와 지지’가 아닌 ‘고마움과 미안함’을 전하는 자리였다. 이날 예정됐던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와 봉하마을 방문은 하지 않기로 했다. 지지자들과 당원들에겐 “큰 죄를 지었습니다”, “사랑합니다. 지금은 이 말밖에 할 수가 없습니다”라는 짧은 글을 남긴 채 무거운 침묵 속으로 빠져들었다.
4·27 김해을 재보궐선거 결과는 야권 국민지지율 1위의 대선주자 유시민을 단숨에 ‘위기의 남자’로 바꾸어 놓았다. 참여당 대표로 돌아와 정치의 전면에 나선 이후 대선 고지를 향해 짜놓은 그의 야심찬 일정표도 대대적인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이날 ‘정치인 유시민’을 놓고 트위터 등에선 엇갈린 얘기들이 오갔다. 유 대표를 성토하는 글이 넘쳐났지만, 여전히 그에 대한 가능성만은 놓지 않은 이들도 많았다. 만화가 강풀씨는 “유시민님을 참 좋아하지만, 오늘은 막연한 위로를 건네기보단 냉정한 성찰을 요구하고 싶다. 좋아하는 만큼 안타까운 마음에 더 그렇다”고 적었다. 민주노동당의 한 당직자는 “유 대표가 이번 기회를 통해 다른 야당이나 시민사회진영과의 관계를 새롭게 풀어나갈 수 있다면, 그는 여전히 정치적으로 매력적이고 파괴력을 가진 인물임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백만송이 국민의 명령 대표인 배우 문성근씨는 “그는 민주진보정부에 대한 갈망이 누구보다 큰 사람”이라며 “이번 타격은 단기적인 것일 뿐이고,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처럼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있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당 대표 유시민의 위기는 곧 참여당의 위기다. 그와 당의 ‘정치적 자산’도 상당부분 소진됐다. 친노진영의 분열과 위축,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을 지키지 못했다는 따가운 시선 등 ‘부채’만 늘었다.
무엇보다 ‘확장성’에 대한 의구심을 더욱 증폭시킨 것은 치명적이다. 지난해 6·2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 패배에 이어 ‘야권 내부 경선엔 능하지만 본선엔 약하다’는 세평도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범야권의 통합과 연대를 통한 진보개혁진영의 집권을 바라는 이들에게는 유 대표의 상품성이 평가절하될 수밖에 없다. 현재 분위기라면 향후 진행될 야권 연대나 단일화 논의에서 참여당의 목소리도 힘을 얻기 어렵게 됐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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