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승리, 진보개혁진영 잘해서 얻은것 아니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3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복지국가와 민주주의를 위한 싱크탱크 네트워크’ 창립대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싱크탱크 네트워크’ 창립기념 심포지엄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계승과 발전
현역의원 50% 교체한다는 배수진 쳐야 적당주의 극복…
연대원칙 합의 쉽지 않은데 통합 이야기는 오버로 보여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계승과 발전
현역의원 50% 교체한다는 배수진 쳐야 적당주의 극복…
연대원칙 합의 쉽지 않은데 통합 이야기는 오버로 보여
진보 성향 8개 연구단체가 모인 ‘복지국가와 민주주의를 위한 싱크탱크 네트워크’가 3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언론회관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창립대회 및 창립기념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들은 ‘더 많은 복지, 더 많은 민주주의, 더 많은 평화’라는 목표 아래 새로운 국가비전과 정책 대안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첫 심포지엄의 주제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계승과 발전’이었다. 민주화운동의 총체적 성과물이던 두 정부를 있는 그대로 대면해야, 지금껏 진보개혁세력이 안고 있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비전과 대안을 모색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당장 내년으로 다가온 총선과 대선에서 ‘진보개혁진영이 어떤 자세로 어떤 전략과 정책을 세워야 하는가’라는 화두 역시 첫 심포지엄에서부터 뜨거운 관심사였다.
정치 분야
“4·27 재보선 결과는 진보개혁진영이 잘해서 얻은 승리라고 보기 힘들다. 국민을 충분히 설득하기에는 진보개혁진영의 정책 역량이 취약하다. 다시 집권하려면 구체적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3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복지국가와 민주주의를 위한 싱크탱크 네트워크’ 창립대회에 참석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축사 가운데 한 대목이다. 그는 “진보개혁 성향의 싱크탱크들이 하나로 뭉쳐 국가비전 마련에 나서는 것 자체가 야권통합의 소중한 자산”이라고도 했다. ‘통합과 연대’의 문제가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진보개혁진영의 가장 큰 과제지만, 그에 앞서 통합과 연대를 끌어낼 정책이 절실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날 창립대회 이후 진행된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계승과 발전’이라는 주제의 심포지엄에서도 내년 총선과 대선을 겨냥한 ‘통합과 연대’의 내용이 참석자들의 주요 관심사였다. 4·27 재보선 이후 진보개혁진영이 대중들에게 어떤 정치를 보여줘야 하느냐는 게 핵심이다.
정치분야 발제자로 나선 고원 한국과학기술대학교 교수(정치학)는 “현재 우리 정치는 양극화와 특권체제의 악순환을 끊을 역량이 없는 교착 상황”이라고 진단하며, 향후 진보개혁진영이 이른바 ‘시민정치’와 ‘가치정치’, ‘생활정치’를 보여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시민정치’란 촛불시민이나 생협운동단체, 사회적 기업, 소셜네트워크 등 끊임없이 새롭게 만들어지는 시민사회에 파격적으로 문호를 개방하자는 것이다. 고 교수는 “예를 들어 민주당의 경우 지금의 현역 의원과 지구당 위원장의 50%는 교체한다는 배수진을 치지 않으면 당 내부의 적당주의를 극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대중은 이제 무상급식이나 복지 등의 ‘가치 정치’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가치를 내세워 중산층으로 외연을 확대하는 정치연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성남 분당을 선거에서 그랬던 것처럼, 불평등을 개선하는 것이 중산층과 기득권층에도 중장기적으로 이익이라는 점을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 교수는 마지막으로 계급, 노동, 민주주의 같은 주제가 아닌, 삶에서 실제 겪는 작고 소프트한 이슈들에 주목하는 ‘생활 정치’를 주문하기도 했다. 2008년 촛불집회가 ‘건강한 삶’과 인간의 존엄이라는 ‘가치’와 결합해 폭발했던 것처럼, 진보개혁진영이 생활의 영역에 가치를 부여하고 이를 정치구도로 만드는 감성과 실력을 갖춰야 한다는 설명이다.
토론자로 나선 정치평론가 고성국씨는 야권에서 논의되는 ‘통합과 연대’ 논의와 관련해 “사실상 정강정책을 달리하는 당의 통합은 쉽지 않다”면서 “지금부터 준비해도 야권이 연대의 몇 가지 원칙을 합의하기 쉽지 않은데, 통합을 이야기하는 것은 선거에 이긴 나머지 지나치게 오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해을 후보단일화의 진통을 결국 문재인 이사장이 나서서 해결했듯이, 핵심은 누가 판을 만들고 국민에게 설명할 것인가 하는 사람의 문제”라고 말했다. 발제자인 고 교수도 ‘통합과 연대’의 방식과 관련해서는 “야권통합이라는 목표를 너무 무리하게 잡고 추진하는 게 합리성 측면에서 맞는지에 대해 의구심이 있다”면서 “국민에게 인기가 많은 서바이벌 가요프로그램처럼 진보개혁진영도 경쟁을 통해 성장하고, 탈락자를 격려하는 감동과 합의의 연합정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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