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원내대표 및 정책위의장 후보들이 3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선 출마의 뜻을 밝힌 뒤 각각 악수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경률·진영, 박진·이병석, 황우여·이주영 의원.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이재오-이상득계 세대결에 수도권 소장파 업은 비주류
“주류 후퇴” 선언 ‘3파전’ 양상, 친박계 선택 어떨지 초관심
“주류 후퇴” 선언 ‘3파전’ 양상, 친박계 선택 어떨지 초관심
‘친이 주류 대리인들의 심심한 대결’이 예상됐던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이 주류와 비주류·소장파가 당의 패권을 놓고 격돌하는 승부처로 변모했다. 친이 주류의 이재오계와 이상득계를 대표한 안경률·이병석 의원의 ‘양강 구도’에 비주류 단일화를 선언한 황우여·이주영 의원이 “주류 퇴진론”을 내걸고 도전하면서 ‘3파전 구도’로 재편됐기 때문이다.
황우여·이주영 의원은 3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3년간 당에 비정상적 줄세우기와 소통단절의 장막을 쳐왔던 일부 주류세력의 2선 후퇴는 국민의 명령”이라며 “만약 계파 대리인들이, 3년 동안 실패한 세력이, 국정운영에 부담을 줄 ‘영포 라인’이 다시 지도부에 선출된다면, 한나라당이 변했다고 국민이 생각하겠느냐”고 말했다. 원내대표 출마를 준비해온 두 사람이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후보로 교통정리를 이룬 것은 ‘친이 주류 2선 후퇴’를 요구하고 있는 수도권 소장파 및 일부 친박계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다. 두 후보와 수도권 소장파, 친박계 등 주류 독식에 염증을 느껴온 의원들의 전술적 연대가 형성된 모양새다.
당 쇄신을 요구해온 소장파들도 두 사람의 승리를 바탕으로 중립적인 당 비상대책위 구성, 전당대회를 통한 젊은 지도부 선출로 여당의 권력 지도를 재편한다는 밑그림 속에, 전폭적인 지원에 나섰다. 정두언·나경원·남경필·차명진·김정권 의원 등 재선급 소장파 의원들은 이날 모임을 열고 “계파를 아우르는 화합형 원내대표를 선출해 공천개혁과 전당원투표제를 통한 당 대표 선출을 추진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나경원 최고위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중립적 원내지도부 구성 등 당 쇄신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말했다. 사실상 황우여·이주영 후보에 대한 지지선언이다.
그러나 황우여·이주영 후보가 주류의 벽을 넘어 원내사령탑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재오계는 비주류에 원내 사령탑을 내줄 수 없다며 안경률 후보 당선을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다. 이재오 특임장관의 핵심 측근은 “여당은 정권의 성공을 위해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비주류가 어떻게 원내대표를 하느냐. 차라리 야당한테 맡기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상득 의원의 대리인을 자임하는 이병석 의원도 영남의 친박계를 공략하고 있다.
일단 판세는 이재오계의 안경률 후보가 앞선다는 게 당내 대체적인 분석이다. 안 후보 쪽은 50여명의 현역 의원을 회원으로 확보한 ‘함께 내일로’의 조직력에 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인 진영 의원의 수도권 온건표가 더해질 경우 1차에서 압승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비주류 쪽은 조직력의 열세를 인정하면서도, 이병석 후보를 제치고 결선 투표까지 가면 승산이 있다고 본다. 수도권의 한 소장파 의원은 “당내 초재선과 친박계, 그리고 김문수계 등이 지원에 나서면 최소 80표는 얻을 수 있다”며 “특히 안경률 후보와 결선투표를 벌일 경우 황우여 후보에게 친박계의 몰표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친박계의 선택은 아직 유동적이다. 한 재선 의원은 “각자 알아서 자유투표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안경률 후보와 황우여 후보가 결선 투표를 벌일 경우 친박계가 황 의원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있다. 친박계 한 의원은 “이재오 특임장관의 ‘손때’가 묻은 안 후보에게는 친박계가 거의 표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승근 성연철 기자 skshin@hani.co.kr
한나라당 원내대표·정책위원장 경선 역학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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