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류 대표 정동영·천정배 등
“FTA, 당 복지노선과 정면 충돌”
일부선 “복지-FTA 연관 안맞아”
“FTA, 당 복지노선과 정면 충돌”
일부선 “복지-FTA 연관 안맞아”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의 ‘후폭풍’이 민주당의 정체성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이번 사안을 계기로 당의 진보·개혁 색채를 뚜렷이 하고 의사결정 과정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당 내부에서 쏟아지고 있다.
6일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 몇몇 최고위원들은 당의 정체성 문제에 대한 성찰을 촉구하고 나섰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민주당은 강령과 목적에 ‘보편적 복지’를 새겨넣었다”며 “불평등한 한-유럽연합 에프티에이는 당의 강령과 정면으로 충돌하며, 이에 대한 당내의 깊은 대화와 노선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천정배 최고위원도 “이번에 드러난 의사결정 과정의 문제와 지도력 훼손의 근저에는 민주당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과 견해 차이가 존재한다”며 “당내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를 강화하고 정체성을 뚜렷이 하면서 확고한 야권통합의 길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비주류를 대표하는 두 최고위원이 손학규 대표의 지도력과 노선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는 모양새다.
6월에 더 큰 ‘싸움’이 예고된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 문제에 대비해, 자유무역협정 자체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인영 최고위원은 “비준안 연기 요구는 야권연대 차원 이전에 정의에 대한 민주당의 신념과 관련된 문제”라며 “에프티에이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를 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김영춘 최고위원도 “국가 전체의 성장만 보는 낡은 길에서 이젠 모든 계층이 함께 행복해지는 변화의 길로 방향을 바꿔야 하며, 이게 민주당이 갈 길”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번 진통을 민주당의 정체성 문제로 확대 해석할 일은 아니라는 시각도 많다. 복잡하고 미묘한 개별 사안에 대해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하는데, 이번엔 시점과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한 재선 의원은 “보편적 복지와 에프티에이를 곧바로 연관시키는 건 맞지 않다”며 “민주당은 에프티에이의 혜택이 서민층에 흘러갈 수 있다는 점을 모른 체해서는 안 되고, 중도층의 지지를 확보하려는 노력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부겸 의원도 “진보적 가치를 중시하는 것과 중도층에 다가가는 게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병헌 정책위 의장은 “이번 사태는 정체성이나 노선의 문제가 아닌 절차의 문제였다”고 말했다.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이 6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와 관련해 당 지도부를 비판하는 발언을 하는 동안, 손학규 대표가 묘한 표정을 지으며 박지원 원내대표와 얘기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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