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성 요구 감사원에 측근 은진수 ‘낙하산’ 심어
견제받지 않는 권력 결국 로비스트로 전락
견제받지 않는 권력 결국 로비스트로 전락
비리 감시해야 할 감사위원이 ‘비리’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은진수 감사위원이 저축은행 부실에 대한 감사 무마 청탁과 함께 억대의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사퇴하면서, 대통령의 ‘측근 보은인사’가 낳은 폐해라는 지적이 여야 모두로부터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이 중립성과 독립성을 생명으로 하는 감사위원에 대선 당시 비비케이(BBK) 사건 방어를 맡았던 측근을 앉힌 게 ‘현직 감사위원의 수뢰’라는 초유의 사태를 낳았다는 비판이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27일 최고위원회에서 은진수 전 감사위원 수뢰 의혹과 관련해 “야당이 그를 감사위원으로 임명하지 말라고 그렇게 요구했는데 강행하더니 결국 최악의 결과가 나타났다. 대통령 스스로 민심 대란을 자초하고 있다”며 대통령 책임을 거론했다.
한나라당 의원들도 측근 보은인사의 병폐를 지적한다. 영남의 한 재선의원은 “고도의 중립성이 필요한 감사위원 자리에 측근을 임명한 것은 마치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라며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둔 정치권 인사가 어찌 지역의 청탁을 거부할 수 있었겠는가. 극히 잘못된 인사”라고 말했다. 은 전 감사위원은 2004년 총선 때 서울 강서을에 출마했다가 낙선했으며, 2008년엔 한나라당 강동을에 공천을 신청했으나 낙천했다.
서울의 한 중진의원도 “감사위원 자리는 애초 정치적으로 오해받을 측근 인사를 넣으면 안 되는 자리 아니냐”고 말했다. 감사원은 대통령 직속기관이지만 행정부나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최대한 독립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규정하고 있으며, 감사위원들은 감사원법(10조)에 따라 정당에 가입하거나 정치운동에 관여할 수 없게 돼 있다.
은 전 위원은 2009년 2월 감사위원에 임명될 때부터 야당과 시민단체로부터 감사원의 정치적 독립성을 훼손한 ‘보은성 인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검사 출신으로 한나라당 대변인을 지낸 그는 2007년 대선 때 선대위 법률지원단장으로 활동하며 이명박 후보의 가장 약한 고리였던 비비케이 의혹 방어의 선두에 섰다.
은 전 위원은 감사위원으로 임명된 뒤에도 줄곧 중립성 시비에 휘말렸다. 지난해 3월 4대강 사업 감사의 주심을 맡은 뒤 이미 2009년 1~2월 진행된 감사 결과를 손에 쥐고 8개월 동안 발표하지 않아 ‘감사 결과 발표 고의지연’ 논란에 휩싸였고, 결국 주심에서 교체됐다. 당시 야당은 감사원이 은 전 위원에게 4대강 감사 주심을 맡기기 위해 감사 배당 순서를 조작했으며, 은 전 위원이 감사 절차를 어겨가며 정부에 면죄부를 준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여권에선 은 전 위원에 그치지 않고 또다른 ‘측근 보은인사’의 폐해가 드러나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다. 한 초선의원은 “이번 사건은 전형적인 권력비리인데 이후 또다른 형태의 측근 비리가 터져나올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유주현 성연철 기자 edign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