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가 정회된 뒤 머리를 긁적이며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이종걸 의원 “2002년 성대 재직때 삼성경제연서”
학교에 신고 안해…보고서 ‘실재’ 여부도 불투명
박 후보자 “연구비·미국 체재비로…보고서 폐기”
학교에 신고 안해…보고서 ‘실재’ 여부도 불투명
박 후보자 “연구비·미국 체재비로…보고서 폐기”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2002년 교수 재직 시절, 삼성경제연구소한테서 연구용역비 3천만원을 받았으나 연구자료가 남아 있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 대학의 교환교수로 나가기 직전에 받아 ‘삼성 장학금’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7일 이종걸 민주당 의원이 낸 자료를 보면, 박 후보자는 2002년 7월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로 재직할 당시 삼성경제연구소와 1년짜리 연구용역 계약을 맺었으나, 외부 연구 사업과 수행비를 학교에 신고 및 납부해야 한다는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
박 후보자는 그해 6월30일 선불로 연구용역비를 한꺼번에 받았고, 20여일 뒤(7월21일) 1년간의 교환교수 연수를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미국 체류를 위한 ‘용돈’이라는 의심을 사는 대목이다. 그는 지난 2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연구용역 수주 사실을 인정하며 “(용역비를) 연구활동비와 일부 체재비로 사용했다”고 말했다.
성균관대는 1995년부터 시행된 연구비관리규정(제9조)을 통해 교직원이 외부기관과 직접 연구 계약을 체결했거나 연구비를 수령한 경우, 대학에 연구계약보고서를 제출하고, 수령한 연구비는 연구비관리계좌에 입금하도록 하고 있다.
연구보고서를 실제 작성했는지도 의문으로 남았다. 박 후보자는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보고서 실재 여부를 묻는 이종걸 의원에게 “(연구소 쪽은) 제안서와 보고서는 연한이 지나 폐기했다고 하고, 저도 연구보고서라 다 버렸다”며 “세무 관계 때문에 계약서만 겨우 갖고 있다”고 답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관계자도 “(박 후보자가 당시) 보고서를 제출했지만 지금은 없다”며 “인쇄물로 제출된 자료는 폐기되면 파일로도 남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용으로 국회에 제출한 ‘교수 재직시 연구 성과물’에도 문제의 연구보고서는 빠져 있다. 목록은 세 쪽에 걸쳐 연구용역 실적·논문 등을 담고 있는데, 정작 ‘3천만원짜리 삼성 보고서’는 빠져 있는 셈이다. 기획재정부의 청문회 담당자는 이런 의혹에 대해 “대학에 확인한 결과, 과거에는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관계자는 “해당 조항을 의무사항으로 보지 않는다”며 “대학이 관리하면 교수의 연구실적으로 인정해주기에, 현재는 90% 정도가 신고한다”고 말했다.
이기준 전 서울대 총장은 박 후보자가 해당 과제를 수주하기 석달 전인, 2002년 4월 엘지 시아이(CI)로부터 수주한 연구용역을 규정과 달리 대학에 신고하지 않은 게 문제가 돼 총장직을 사퇴한 바 있다. 이종걸 의원은 “만약 연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면 삼성경제연구소 쪽엔 사기죄가, 학교에 대해선 연구비 횡령이 될 것”이라며 “이기준 전 총장의 사례와 다를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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