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실효성 있는 지원검토 전제로 상정합의”
한나라 ‘숙원 사업’ 진척 반색…‘퍼주기’ 경계
한나라 ‘숙원 사업’ 진척 반색…‘퍼주기’ 경계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6월 국회에서 ‘북한민생인권법’을 상정하기로 합의하면서, 법안의 내용과 처리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한나라당이 줄기차게 주장해 온 ‘북한인권법’에, 민주당이 ‘북한 민생에 대한 실효성 있는 지원’을 조건으로 상정에 동의한 모양새인데, 달라진 이름만큼이나 강조점도 다르다. 두 당이 저축은행 국정조사와 이 법안의 상정을 협상 카드로 활용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민주당은 식량이나 의약품 지원 등 민생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부터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북한 주민에 대한 실효성 있는 지원을 함께 검토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북한 주민의 기본적인 인권 보장과 민생을 개선하는 것으로 한정해 이름도 ‘북한민생인권법’이라고 합의한 것”이라며 “6월 국회 통과는 안 된다. 절대로 그렇게 쉽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상정은 하되,‘민생 지원’을 조건으로 걸어 법안 처리는 막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이런 태도에는, 한나라당과 보수 단체들의 북한인권법 상정 요구에 수세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예 논의 테이블에 올려놓고 법안의 실체와 문제점을 드러내겠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법사위원장이 민주당 소속이어서 한나라당의 단독 처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도 고려됐다. 민주당 관계자는 “한나라당 법안은 북한 주민이 인도적 지원의 제공자를 알 수 있도록 하는 등 사실상 인도적 지원을 하지 말라는 인권 없는 인권법”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법안 상정에 합의한 것을 큰 소득으로 평가하고 있다. 민주당의 반대로 지난 2005년부터 끌어 온 한나라당의 ‘숙원사업’인 북한인권법 제정의 길을 텄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이 법안의 발의자이기도 하다. 이두아 원내대변인은 “한나라당은 기존의 북한인권법을 토대로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내부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박준선 의원은 “야당 쪽 주장 일부도 받아들여야지 않겠느냐”며 “북한민생인권법도 우리 입장에서 나쁠 건 없다”고 말했다. 홍정욱 의원은 “북쪽의 수혜자가 누가 될지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인권을 위해 식량·의료품을 지원하는 정부의 특단적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지호 의원 등은 “대규모 대북지원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또 다른 퍼주기’를 우려했다.
한나라당은 지난해 2월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에서 북한인권법을 단독 처리해 법사위로 넘겼으며, 이 법안은 국가가 북한 인권 증진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을 책무로 규정하고, 통일부에 북한인권자문위원회를 두도록 했다. 또, 통일부 산하에 북한인권재단을, 법무부 산하에 북한인권기록소를 각각 설립하고, 북한 관련 민간단체에 보조금을 주도록 했다. 하지만 북한인권재단을 놓고 통일부와 국가인권위원회가, 북한인권기록소를 두고선 통일부와 법무부가 각각 관할권을 주장하며 다투는 등 법안의 세부 내용을 둘러싼 정부 내부의 교통정리가 끝나지 않은 상태다.
이지은 임인택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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