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진보정당은 6·15 정신에 따라 북의 체제를 인정하고, ‘북의 권력 승계 문제는 국민 정서에서 이해하기 어려우며 비판적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견해를 존중한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1일 새벽 내놓은 최종 합의문 3-2항의 일부이다. 문장을 복잡하게 꼬아놓아 언뜻 무슨 뜻인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앞부분은 민노당, 뒷부분은 진보신당의 견해를 반영해 숱한 우여곡절 끝에 나온 문구다. 이 문장은 전체 합의문의 극히 일부이지만, 지금껏 두 당이 지루하게 벌여온 신경전의 핵심이었다. 동시에 대한민국 진보정당의 현실과 한계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어정쩡하게 봉합해놓은 이번 합의문을 보면, 2008년 민주노동당이 쪼개진 이유인 ‘북한에 대한 시각차’가 여전하다는 점이 묻어난다. 두 당이 통합 협상을 시작할 때부터 진보신당은 ‘북한의 3대 세습’이라는 용어를 썼지만, 민주노동당은 ‘북한의 권력 승계’라는 용어를 썼다. 그만큼 양쪽에 예민한 문제였다.
앞서 두 당은 지난 9일 3차 합의문에서 “남과 북 정부 모두에 대해 자주적 태도를 견지하는 정당”이라고 밝혔지만, 당시엔 ‘핵 개발과 권력 승계 등 대북문제’에 대한 입장을 추후 합의하기로 했다. 이후 민주노동당은 “북의 권력 승계 문제는 국민 정서에서 이해하기 어렵더라도 6·15 정신에 따라 북의 체제를 인정한다”는 문구를 쓰자고 주장했고, 진보신당은 “3대 세습과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견지한다”는 문구를 넣자고 맞섰다.
양쪽의 입장이 팽팽하게 대립하자, 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 차원에서 “북한의 권력 승계 문제에 대해 비판적 입장이 있긴 하지만, 그 문제는 북한 스스로 결정해야 할 문제임도 인정한다”는 중재안을 내놓았다. 그래도 의견이 좁혀지지 않자 1일 새벽에는 “6·15 공동선언의 정신에 따라 북한의 권력 승계 문제가 북한 주민 스스로가 결정해야 할 문제임을 인정하며 아울러 권력 승계에 대한 비판 또는 반대하는 견해도 존중한다”는 추가 중재안이 나왔다.
결국 협상 마지막에 “국민 정서에서 이해하기 어렵다”는 문구가 반영되는 선에서 최종 합의문이 완성됐다. 하지만 이 합의 조항에 대한 진보신당 당원들의 반발이 거세, 6월 말 전당대회 인준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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