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수사개시권 막으려 여당 의원에 자료 배포
“사개특위는 주고받기 타협” 담아…“오만” 비판
“사개특위는 주고받기 타협” 담아…“오만” 비판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가 논의중인 ‘경찰의 수사개시권 명문화’ 문제와 관련해, 검찰이 한나라당 사개특위 위원들을 상대로 낯뜨거운 아전인수식 주장을 펼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검경의 관계를 ‘대통령과 동사무소 공무원’, ‘선생과 학생’으로 비유하기도 했다.
민주당 제1정조위원장인 장세환 의원은 2일 이런 내용이 담긴 ‘수사권 조정 논의 관련 설명자료’를 공개했다. 대검찰청은 이 문서를 일선 검찰청에 내려보냈으며, 한나라당 의원 등을 설득하는 참고자료로 활용했다.
수사권 조정 관련 핵심 쟁점은 ‘경찰은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해야 한다’고 규정된 현행 형사소송법 196조1항의 수정이다. 사개특위 검찰소위는 최근 이 조항을 ‘경찰은 범죄 혐의가 있다고 인식하면 수사를 해야 한다’로 바꾸기로 합의했다. 지금도 범죄가 일어나면 검찰 지휘 없이도 수사에 착수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검찰은 이 조항의 수정이 필요없다는 비유를 들며 “(경찰은 검사의 지휘를 받아야 한다는 조항은) ‘학생은 선생의 지도를 받아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경찰은 이 조항을 ‘학생이 선생의 지도가 없는데 공부하는 것은 불법이다’고 해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또 “경찰이 현행 조항 때문에 수사에 나설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마치 ‘대통령의 업무지시가 없어 동사무소 공무원이 일을 할 수 없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또 검찰소위의 논의가 졸속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을 펴며 “검찰에 적대적인 경찰과 민주당 측의 강공에 따라 소위 위원들끼리의 주고받기식 타협이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검찰은 ‘형사소송법이 개정됐을 때 경찰의 마구잡이식 수사가 우려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사례를 국회의원의 ‘아킬레스건’인 ‘선거사범 수사’에 할애했다. 검찰은 “검찰소위 개정안은 경찰의 마구잡이 입건과 실적경쟁, 청탁수사 등을 막을 수 없다”며 “지역을 장악하려는 경찰에 의해 국회의원은 툭하면 선거사건, 정치자금 사건과 관련해 경찰에 소환될 처지가 된다”고 주장했다. 또 ‘선거사건 입건 기준에 혼란이 온다’, ‘수사업무를 담당하지 않은 경무과 경위가 국회의원을 체포해도 검찰이 제지할 수 없다’는 등 경찰을 폄훼하고 현실적이지도 않은 사례를 들기도 했다.
장세환 의원은 “이 자료에는 검찰이 경찰과 국회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그대로 드러난다”며 “독선과 오만에 사로잡힌 검찰을 개혁하는 데 한나라당 의원들이 나서주기를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달 30일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도 “경찰이 수사개시권을 갖고, 수사종결권이 검찰에 있으면 된다”(김정권 의원), “검찰이 기소독점권, 일반적 수사지휘권을 갖고 있으니 문제없다”(현기환 의원) 등 대체로 검찰소위 합의안에 동의하는 의견이 많았다.
검찰 관계자는 “해당 문건은 내부 화상회의 토론자료로 활용된 것”이라며 “국회의원들에게 직접 전달된 적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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