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석 민주당 의원(가운데), 최규엽 민주노동당 새세상연구소 소장(이 의원 매형·왼쪽), 이춘열 전 고양무지개연대 집행위원장(이 의원 형·오른쪽)이 1일 저녁 서울 당산동 이 의원의 집에서 야권연대를 주제로 가족모임을 하면서 건배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민노당 최규엽-시민사회 이춘열-민주당 이춘석 ‘야권연대 가족토론’
진보 통합론 “약혼 했는데 부모님 허락 남아 걱정”
민주 희생론 “판 재미있으려면 거물급 떨어져야”
독자 후보론 “진보 후보 사퇴 요구는 대단한 결례” 이들에게 ‘야권연대’는 집안의 대소사 논의하듯 친숙한 소재다. ‘직업’의 전망, 가족의 화목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최규엽(58) 민주노동당 새세상연구소 소장, 이춘열(53) 전 고양무지개연대 집행위원장, 이춘석(48) 민주당 의원. 이춘석 의원에게 이춘열 전 위원장은 친형이고, 최규엽 소장은 매형이다. 각각 민노당, 시민사회단체, 민주당 등 서로 소속이 다른 만큼 야권연대 얘기가 나오면 할 말이 많아진다. 1일 밤 서울 당산동 이춘석 의원 자택에서 야권연대를 놓고 ‘가족 토론회’가 열렸다. 마침 이날은 민노당과 진보신당이 통합에 합의한 날이었다. 축하 인사를 건네자 최 소장은 “약혼은 했는데 부모님에게 허락을 받아야 해서 걱정이 좀 있다”고 했다. 오는 19일, 26일에 열리는 민노당, 진보신당 대의원대회 추인을 말하는 거였다. 이춘열 전 위원장이 “헤어졌다가 재결합하는 게 쪽박찰 거 같아 그런 것 아니냐”고 농을 건넸더니, 최 소장은 “그렇다고 우리가 꼭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여”라고 응수했다. 술이 한순배씩 돌며 야권연대냐, 야권통합이냐는 얘기가 나오자 논쟁은 좀더 불콰해졌다. 이춘석 의원이 “사실 가장 옳은 길은 야권 전체의 통합”이라고 운을 떼자, 최 소장이 금세 받아쳤다. “이 의원, 대변인 지냈다고 너무 민주당 지도부처럼 말하는 거 아냐? 연대가 잘 안된다고 통합하자는 건 모순이야. 솔직히 얘기해보자. 초등학교 공부 힘드니 중학교 가자는 얘기 아냐?” 지난 6·2 선거 때 고양에서 시민사회진영을 대표해 야권연대를 성사시켰던 이 전 위원장은 “당선되고 나면 정책협약 했던 거는 잊어먹고 자기들이 권력 잡았으니 선정만 잘 베풀면 된다고 생각하는 거 같다”며 “화장실 갈 때 맘 다르고 다녀온 뒤 맘 다르다”고 꼬집었다. 지금 같은 야권연대 방식은 갈수록 ‘약발’이 떨어진다는 데는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이 의원은 “마지막까지 티격태격 싸우며 협상하는 야권연대는 이제 국민이 지겨워한다”고 말했고, 이 전 위원장은 “국민의 야권연대 열망은 하늘을 찌르는데 (정치인들) 하는 꼬라지가 보기 싫어 힘을 못 실어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으로 총선에서 야권연대를 하려면 민노당과 민주당이 서로 ‘피’를 봐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최 소장이 “민주당 최고위원들부터 지역구 내놓고 비례대표 후순위로 나와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하자, 이춘석 의원은 “민주당은 잘할 테니까 걱정 마쇼. 판이 재밌어지려면 야권연대 통해 민주당이든 민노당이든 거물급들이 떨어져야 한다는 건 똑같다”고 맞받았다. 이 전 위원장은 “공정하고 객관적인 룰에 합의하는 게 먼저”라며 “광역시도별로 당 지지율에 따라 의석수를 배분한 뒤 지역구마다 각 당 후보들 지지율 조사를 해서 상대평가로 공천을 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대선으로 화제가 옮겨가자, 최 소장의 목소리가 좀더 높아졌다. 총선은 자리를 나누지만 대선에선 민주당에 양보하는 게 맞지 않느냐는 세간의 암묵적인 압박에 대한 반박이었다.“우리도 후보 낼 거다. 야권연대 한다고 자꾸 민노당 후보보고 사퇴해야 한다고 하는 건 대단한 결례다.” 하지만 세 사람 모두 대선 국면의 야권연대에 대한 전망은 대체로 낙관적이었다. 이 의원은 “본래 인간성 좋으면 약간 차이 있어도 극복할 수 있다. 야권연대는 결국 잘 될 것”이라고 말했고, 이 전 위원장은 “혹시 총선에서 연대 잘 안되면 대선 때는 국민들한테 칼 맞아가면서 하나로 합칠 테고, 그러면 대선에서도 100% 이긴다”고 말했다. 최 소장은 농담으로 화답했다. “어, 이춘열씨는 정치인이 아니니까 너무 장담하네? 정치는 생물이고 내일을 알 수 없는 거 아니겠어요? 춘석아, 우리는 정치인이니까 긴장해야 합니다, 겸손해야 합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민주 희생론 “판 재미있으려면 거물급 떨어져야”
독자 후보론 “진보 후보 사퇴 요구는 대단한 결례” 이들에게 ‘야권연대’는 집안의 대소사 논의하듯 친숙한 소재다. ‘직업’의 전망, 가족의 화목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최규엽(58) 민주노동당 새세상연구소 소장, 이춘열(53) 전 고양무지개연대 집행위원장, 이춘석(48) 민주당 의원. 이춘석 의원에게 이춘열 전 위원장은 친형이고, 최규엽 소장은 매형이다. 각각 민노당, 시민사회단체, 민주당 등 서로 소속이 다른 만큼 야권연대 얘기가 나오면 할 말이 많아진다. 1일 밤 서울 당산동 이춘석 의원 자택에서 야권연대를 놓고 ‘가족 토론회’가 열렸다. 마침 이날은 민노당과 진보신당이 통합에 합의한 날이었다. 축하 인사를 건네자 최 소장은 “약혼은 했는데 부모님에게 허락을 받아야 해서 걱정이 좀 있다”고 했다. 오는 19일, 26일에 열리는 민노당, 진보신당 대의원대회 추인을 말하는 거였다. 이춘열 전 위원장이 “헤어졌다가 재결합하는 게 쪽박찰 거 같아 그런 것 아니냐”고 농을 건넸더니, 최 소장은 “그렇다고 우리가 꼭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여”라고 응수했다. 술이 한순배씩 돌며 야권연대냐, 야권통합이냐는 얘기가 나오자 논쟁은 좀더 불콰해졌다. 이춘석 의원이 “사실 가장 옳은 길은 야권 전체의 통합”이라고 운을 떼자, 최 소장이 금세 받아쳤다. “이 의원, 대변인 지냈다고 너무 민주당 지도부처럼 말하는 거 아냐? 연대가 잘 안된다고 통합하자는 건 모순이야. 솔직히 얘기해보자. 초등학교 공부 힘드니 중학교 가자는 얘기 아냐?” 지난 6·2 선거 때 고양에서 시민사회진영을 대표해 야권연대를 성사시켰던 이 전 위원장은 “당선되고 나면 정책협약 했던 거는 잊어먹고 자기들이 권력 잡았으니 선정만 잘 베풀면 된다고 생각하는 거 같다”며 “화장실 갈 때 맘 다르고 다녀온 뒤 맘 다르다”고 꼬집었다. 지금 같은 야권연대 방식은 갈수록 ‘약발’이 떨어진다는 데는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이 의원은 “마지막까지 티격태격 싸우며 협상하는 야권연대는 이제 국민이 지겨워한다”고 말했고, 이 전 위원장은 “국민의 야권연대 열망은 하늘을 찌르는데 (정치인들) 하는 꼬라지가 보기 싫어 힘을 못 실어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으로 총선에서 야권연대를 하려면 민노당과 민주당이 서로 ‘피’를 봐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최 소장이 “민주당 최고위원들부터 지역구 내놓고 비례대표 후순위로 나와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하자, 이춘석 의원은 “민주당은 잘할 테니까 걱정 마쇼. 판이 재밌어지려면 야권연대 통해 민주당이든 민노당이든 거물급들이 떨어져야 한다는 건 똑같다”고 맞받았다. 이 전 위원장은 “공정하고 객관적인 룰에 합의하는 게 먼저”라며 “광역시도별로 당 지지율에 따라 의석수를 배분한 뒤 지역구마다 각 당 후보들 지지율 조사를 해서 상대평가로 공천을 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대선으로 화제가 옮겨가자, 최 소장의 목소리가 좀더 높아졌다. 총선은 자리를 나누지만 대선에선 민주당에 양보하는 게 맞지 않느냐는 세간의 암묵적인 압박에 대한 반박이었다.“우리도 후보 낼 거다. 야권연대 한다고 자꾸 민노당 후보보고 사퇴해야 한다고 하는 건 대단한 결례다.” 하지만 세 사람 모두 대선 국면의 야권연대에 대한 전망은 대체로 낙관적이었다. 이 의원은 “본래 인간성 좋으면 약간 차이 있어도 극복할 수 있다. 야권연대는 결국 잘 될 것”이라고 말했고, 이 전 위원장은 “혹시 총선에서 연대 잘 안되면 대선 때는 국민들한테 칼 맞아가면서 하나로 합칠 테고, 그러면 대선에서도 100% 이긴다”고 말했다. 최 소장은 농담으로 화답했다. “어, 이춘열씨는 정치인이 아니니까 너무 장담하네? 정치는 생물이고 내일을 알 수 없는 거 아니겠어요? 춘석아, 우리는 정치인이니까 긴장해야 합니다, 겸손해야 합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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