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의식해 정책 급히 수정
민주당이 저소득층 중심의 등록금 인하 정책을 전면 수정해 내년부터 국공립대학 등록금을 절반으로 깎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당 안팎에선 치밀한 준비 없이 여론을 의식해 즉흥적으로 내놓은 대책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손학규 대표는 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지난 1월 민주당이 발표한 등록금 정책은 주로 소득 5분위 이하 가구 지원에 중점을 두고 있어서 지금 고통을 겪는 대학생·학부모들에겐 전반적으로 미흡하다”며 “이미 발표한 등록금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서 내년 새 학기 등록금부터 전면 실시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국가 재정 지원으로 등록금 인하가 가능한 국공립대학부터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고 사립대학은 재단적립금 활용, 재단전입금 인상, 정부 재정지원, 대학 구조조정 등을 통해 등록금 인하를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민주당이 추진해온 등록금 인하 정책은 기초생활수급자~소득 5분위(연평균 소득 3700만~3800만원)까지 소득 수준별로 등록금 30~100%를 지원해주는 것이 핵심이다. 이용섭 대변인은 “지금 수준의 등록금은 저소득층뿐만이 아니라 중산층도 부담하기 힘겹다”며 “민생진보 차원에서 적용 대상을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영선 정책위의장은 “국공립대학 한 학기 등록금 총액이 9490억원이므로 5000억원이 있으면 국공립 반값 등록금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손 대표가 이날 밝힌 새로운 등록금 정책은 당내 논의를 충분히 거치지 않은 설익은 구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직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손 대표는 일주일 전인 지난달 31일 반값 등록금을 주장하는 대학생들과 모임을 가진 뒤 “실제로 반값 등록금이 가능하도록 발상을 바꿔보자”며 당내에 ‘반값등록금 및 고등개혁특위’를 꾸리도록 했다.
그러나 7일 오전 등록금특위의 첫 회의가 열리기도 전에 손 대표는 “내년부터 반값 등록금을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전날인 6일 밤 대학생들이 주최한 ‘반값등록금 집회’에 참석해 “지금 당장은 우선 소득 5분위까지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자”고 말했다가 대학생들의 항의를 받았다. 이 때문에 ‘촛불 민심’에 놀란 손 대표가 이튿날 화급히 입장을 바꾸지 않았느냐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등록금특위 소속 한 의원은 “새로운 등록금 정책은 손 대표의 발언이 기사화된 다음에야 알았다. 기존 안이 궁색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처럼 즉흥적으로 결정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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