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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연정’ 제안 배경, 대선 염두둔 장기포석 국민적 공감대 쌓기

등록 2005-07-07 19:13

노무현 대통령이 7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중앙언론사 편집국장·보도국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노무현 대통령이 7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중앙언론사 편집국장·보도국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노대통령 언론감담회

노무현 대통령의 ‘연정’에 대한 ‘열정’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열린우리당조차도 그 실현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는데, 대통령이 줄기차게 연정을 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정황을 종합하면, 노 대통령은 공간적으로는 위로부터의 연정이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연정을 꾀하고 있고, 시간적으로는 단기적인 승부가 아니라 2년 뒤 대선까지를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향식 아닌 ‘아래로부터 연정’ 군불
한나라와 거국적 국정운영은 부정적

노 대통령은 7일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간담회에서 ‘권력 이양’이라는 파격적인 제안까지 내놓았다. 이론상으로만 보면, 한나라당 등 야당이 뭉쳐 총리를 비롯한 조각권을 가져가고, 대통령은 의전만 챙기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정치에서 그 가능성은 대단히 희박하고, 노 대통령도 “내가 생각해도 좀 뜬금없이 얘기한 것 같다”고 인정했다. 노 대통령은 오히려 “문제의 중요성과 이에 기울이는 저의 정성을 다 표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표현했다.

즉, 야당에게 직접 보내는 제안이라기보다는, 국민들에게 자신의 진정성을 내보이고 연정에 대한 국민적 공감을 얻어내기 위한 수사적 성격이 강하다는 얘기다. 이를 좀더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현실적 조건 때문에 당 대표 사이의 협상을 통한 하향식 연정은 어려우니 정치적 타협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요구를 분출시켜 그 토대 위에서 연정을 시도하자는 것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노 대통령도 “‘연정이라는 말 자체가 부도덕한 것이 아니구나’라는 수준으로만 국민에게 인식되면 일단 제가 성공한 것으로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이런 과정을 거쳐 자신의 뜻대로 새로운 풍토가 조성된다면, 그 다음 소연정이든 대연정이든 추진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구체적인 실현 가능성에 대해선 그 자신조차 그리 높게 보지 않고 있음을 내비쳤다.

노 대통령은 “연정이라는 것은 세계적으로 보편적으로 승인된 합법적 정치행위인만큼 한국에서도 공개적으로 또는 비공개적으로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을 양해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거국적 국정운영’에 대해서는 “세계 어느 나라도 없었고, 링컨도 야당에게 시달렸다”고 말해, 한나라당과의 타협 가능성은 스스로도 낮게 보고 있음을 내비쳤다. 결국 민주노동당이나 민주당과 연정을 시도하겠다는 얘기인데, 이조차도 두 야당이 극도의 거부감을 보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연정 문제에 대한 노 대통령의 이날 언급은 당장 올가을 정기국회 등을 겨냥한 것이라기보다 내년 지방선거와 그 다음해의 대선을 염두에 둔 ‘긴 호흡’으로 풀이된다. 또 노 대통령의 심중에는 개혁 세력의 분열로 정권을 넘길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선거가 닥치면 연정이나 연합공천이 어려운 만큼, 지금부터 하나하나 토대를 마련해 나가자는 의미일 수도 있는 셈이다.

다만, 이런 구상이 어떻게 현실화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노 대통령은 물론 열린우리당 등에서도 당장 뚜렷한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김의겸 기자 kyummy@hani.co.kr


“입시정책 대학자율 영역 아니다”

분야별 발언 주요내용

노무현 대통령은 7일 청와대에서 열린 중앙언론사 편집·보도 국장단 간담회에서 ‘연정’과 같은 정치적 주제는 물론, 부동산과 대학입시, 남북관계, 한-미 관계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생각을 소상하게 밝혔다. 집권 하반기의 정국운영 ‘청사진’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는 셈이다.

다음은 이날 간담회의 분야별 노 대통령 발언의 주요 내용이다.

연정=여소야대는 오래가지 않는다. 어떤 식으로든 여대로 간다. 내각제가 그렇다. 내각제 (발언을) 취소하자. 이론상 그렇다는 것이다.

제 얘기는 부당한 금기를 없애자는 것이다. 연정을 얘기하는 것이 우리 사회에서 부당하고 부도덕한 것으로 매도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찬성, 반대, 적절치 않다 등의 의견을 내는 것은 좋지만 부도덕하다는 분위기는 바꿔야 한다. 연정이라는 말 자체가 부도덕한 것이 아니구나라는 수준으로만 국민에게 인식되면 일단 제가 성공한 것으로 본다. 그 이상 특별한 것은 없다. 그 다음에 내용에 관한 문제는 상황 봐 가면서, 다 싫다면 못하는 것이다.

거국적 국정운영을 하자면 사실상 대연정에 준하는 국정운영을 해야 한다. 내각제 수준으로 대통령의 권한을 이양할 용의가 있다. 우리 정치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한다면 대통령 권력을 내놓아도 되겠다는 것이다. 진지하게 지역구도를 해소하는 제도로 대통령과 협상한다면 그 이상의 것도 협상할 용의가 있다.

남북·한-미 관계=(북핵) 6자 회담 성과에 대해서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세계에서 가장 고집스러운 북한과 역시 세계에서 자기주장이 가장 강한 미국 사이에서 협상을 성사시켜야 하는 일이므로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어떤 경우에도 북한은 핵을 선택할 수 없고, 어떤 경우에도 미국은 무력을 선택할 수 없다. 그것이 지금까지 우리 한국의 선택이다.

남북 정상회담은 회담 자체가 목적이 아니고, 북핵 문제를 풀고 남북관계를 진전시키는 데 전략적으로 유효하면 정상회담은 좋은 것이고, 유효하지 않으면 그것 자체가 좋은 것만은 아니다.

어떻든 남북대화 가운데서 또는 그런 가능성이 있을지를 끊임없이 모색은 해 보겠지만 아직은 그럴 만한 좋은 기미는 없다. 노력해 보겠다.

우리의 안보전략이 너무 미국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 그래서는 안 된다. 작전통제권도 환수돼야 한다. 한-미 동맹도 우리 국민들이 바라는 만큼 더 균형적인 관계로 가야 한다.

부동산=부동산 거품이 꺼지면 시장이고 뭐고 없다.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같은 것을 다시 우리가 맞이할 수 있고, 일본의 10년 침체와 같은 경제위기 내지 파탄을 우리가 맞을 수 있다. 부동산에 거품이 들어가는 것은 한국 경제의 안정을 위해서 반드시 막아야 한다. 거기에 우리가 전부 합법적인 수단만을 쓰겠다. 쓸 수 있는 수단, 합법적인 수단은 다 쓰는 것이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부동산 투기 소득은 완전히 배제한다. 보유세도 전가되고 소득세도 전가돼서 부동산 가격과 사용료를 함께 올리는, 수요자 시장이 되도록 공급을 만들어 나가겠다. 자유화해 놓으니까 폭리를 취하는데, 안 되겠다. 폭리를 취하지 않도록 견제할 수 있는 공공 부문의 공급을 일정 수준 해야겠다. 저금리 시대이기 때문에 자금 동원이 가능하다.

공공 부문이 책임지고 가장 낮은 금리로 자금을 동원해서 주택의 수요자 시장이 이루어지도록 항상 시장의 공급을 감당해 나가겠다. 민간 공급도 허용하지만 그 폭리를 견제할 수 있는 수준으로, 공급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수준으로 공공 부문이 책임지고 감당해 나간다. 세금으로 안 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어떻든 공급은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가수요가 일어날 이유가 없다. 이익도 전가 못하고, 원가 공개, 기본적으로 그런 틀을 가지고 간다.

부동산 정책은 지난 수십년 동안, 몰라서 부동산 값을 못 잡은 것이 아니고 땅부자들의 여론 조성에 밀린 것이다. 1가구 1주택인 사람들을 끊임없이 교란시키고 여론을 교란해서 조세저항이다, 무슨 저항이다 만들어 내서 결국 좌절시켜 온 것 아니냐. 그래서 정책이 없는 것이 아니고 저항에 정부가 못 이긴 것이다.

대학입시 정책=대학교에 권하고 싶은 것은 1000분의 1의 수재를 꼭 뽑으려 하지 말고, 100분의 1 수재를 데리고 가서 교육을 잘할 생각을 하라는 것이다. 최고를 뽑는 기술을 가진 대학이 아니라 최고로 잘 가르치는 대학이 돼야 한다. 대학이 한줄 순서대로 일등부터 만등까지 차례대로 끊어가서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나온 대학경쟁력이 세계 몇위냐? 몇몇 대학이 최고 학생을 뽑아가는 기득권을 누리기 위해 고교 공교육을 다 망칠 수 없다는 게 정부의 확고한 의지다.

입시말고도 대학이 자율할 일이 많고 다 보장하고 있다. 전체 교육적 정책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입시제도는 국가정책, 국민과 함께 모두에게 유익하도록 대학이 양보해 주면 좋겠다.

서울대는 간섭, 자율에 대한 문제로 보는 것 같은데 대학 자율도 한계가 있고 그 영역의 자율이 아니다. 입시제도만은 중등 공교육에 너무 큰 영향을 미치고 자라는 아이들에도 영향을 미치므로, 이 부분만은 국가적 정책을 맞춰 가자고 말하고 싶다.

인사=인사 문제를 가지고 처음에 부닥쳤던 것이 안배냐 적재적소냐인데, 그 어느 쪽도 한쪽으로만 가기가 어려운 것이었다. 지역안배가 첫번째, 그 다음에 또 어떤 쪽에는 지방, 어떤 경우엔 이공계 우선, 여성 우선, 이런 여러 가지 우선 조건들을 조금씩 고려하는데, 잘 맞지 않는다.

정치권에서 온 사람 성적이 떨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아주 우수한 사람들이 많다. 왜 그러냐 하면, 감사가 주로 많은데, 감사 업무 같은 것은 특별한 전문성이라기보다는 ‘해 보겠다’는 의지다.

정리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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