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료 인상안 전격상정 충돌=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위원회 전재희 위원원장(자리에 앉은 이)이 22일 오후 전체회의에서 <한국방송> 수신료 1천원 인상안을 상정하려 하자, 민주당 간사인 김재윤 의원이 의사봉을 빼앗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문방위처리 합의 민주당 당내논란
“날치기 무효” 비판하다 황우여 ‘유감표명’에 선회
김 원내대표 “몸싸움 한다고 막을수 있나” 백기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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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한국방송(KBS) 수신료 인상안’ 날치기 직후 “국민들의 분노와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며 분기탱천했던 민주당이 이틀 만인 22일 ‘사실상 찬성’으로 돌아서면서, 당내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민주당은 22일 온종일 온탕과 냉탕을 오갔다. 민주당 소속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 의원들은 이날 열린 전체회의에서 지난 20일 법안심사소위에서 강행처리된 수신료 인상안을 전면 무효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전체회의에 인상안을 상정했고, 강행처리까지 할 뜻을 표하며 야당과 대립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여야 간사 협의를 통해 충분히 논의해서 처리하자고 했던 여야 원내대표 합의와 다르다”며 전재희 위원장의 의사봉을 빼앗는 등 몸싸움까지 벌였다.
그러나 험악했던 문방위 분위기와는 달리, 여야 원내대표는 발빠르게 합의안을 만들어냈다. 24일 김인규 한국방송 사장을 출석시켜 수신료 인상안 선결 요건 등을 논의한 뒤 28일 상임위에서 처리하고 본회의로 직행하는 방안이었다. 노영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만약 한국방송이 마련한 선결요건이 부족할 경우 처리하지 않을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 “28일 처리를 무효화하는 일은 없다”고 답했다. 또 “29일 또는 30일 열리는 본회의에서도 물리적으로 저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명규 한나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에게 몸싸움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상임위와 본회의에서 야당 의원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점을 고려하면 이는 사실상 ‘인상안 가결 약속’이나 다름없다.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여야 합의안 발표 이후 <한겨레> 기자와 만나 “한나라당이 어차피 일방적으로 나오는데 우리가 막아서 성공할 수 있겠나. 성공하더라도 민생국회는 파행이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27일 이명박 대통령과 손학규 대표의 회동을 앞두고 여야가 세게 치고받고 싸우면 우스워지는 거 아니냐. 민주당으로선 손에 쥐는 것도 없이 말로만 싸우고 몸으로는 막지 못하고 우스워진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민주당은 한나라당과의 협상에서도 저자세로 나갔다.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은 한국방송 광고를 줄이지 않는다는 것만 지켜주면 그냥 1천원 인상해 주겠다고 하더라”라며 “살다 보면 일이 이렇게 잘 해결되는 수도 있다. 앞으로 일이 잘되려나 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합의안에 대해 사전에 보고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핵심 당직자는 “손 대표는 합의안이 발표됐다는 것을 문방위원인 천정배 최고위원으로부터 듣고서야 알았다”고 전했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이는 단순히 1천원 올리는 문제가 아니라 시민사회 진영과의 신뢰 문제도 걸려 있다”며 긴급최고위원회를 요구했다. 천정배 최고위원은 “몸싸움을 해서라도 막아야 할 것은 막아야 하는 것이지 미리부터 몸싸움 안 하겠다는 식으로 나오면 어떻게 하느냐”고 비판했다.
합의안에 대해서도 비판이 쏟아진다. 한 고위 당직자는 “김진표 원내대표가 너무 쉽게 합의해준 것 같다”고 말했다.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23일 긴급최고위원회를 열기로 했다. 박선숙 전략홍보본부장은 “수신료 인상안을 여당과 협의해서 처리하기로 한 것이지 1천원에 동의해준 것이 아니다”라며 “최고위에서 1천원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을 재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주현 신승근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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