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회의 도청의혹 의문점
수신료 관련 일부 언론사 촉각…누군가 녹음기 틀어놨다 회의뒤 되가져갔을 수도
수신료 관련 일부 언론사 촉각…누군가 녹음기 틀어놨다 회의뒤 되가져갔을 수도
민주당은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도청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를 의뢰한 데 이어 27일 박희태 국회의장에게 경찰 수사에 협조해줄 것을 요청했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이날 박 의장을 만나 “경찰이 수사를 하려면 관계자 면담 등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에 국회 사무처의 협조를 요청한다”며 “국회 차원에서도 민주당 대표실 등 전체 의원 시설에 대해 도청 여부 가능성을 점검해달라”고 말했다.
지난 23일 열린 문제의 비공개 회의는 전날 여야 원내대표간 합의사항인‘한국방송 수신료 인상안 28일 표결 처리’를 놓고 논란이 일자 최고위원들이 모여 합의안을 폐기하기로 의견을 모은 자리였다. 민주당으로선 한나라당과의 약속을 뒤집는 곤혹스러운 자리였던 셈이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이 회의 내용 전문을 입수한다는 것은 민주당의 약점을 틀어쥐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이번 사안이 주목받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수신료 인상안’국회 통과를 놓고 여러 언론사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부딪치는 상황에서 벌어졌다는 점이다. 수신료 인상 여부는 종합편성채널 광고시장 등과 긴밀히 연관돼 있어 이해가 달린 언론사들이 각별한 관심을 기울인 회의였다.
“내부자가 녹음 내용을 유출했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전제하는 민주당은 ‘외부자의 도청’을 확신하고 있다. 당시 회의는 시작 전 1~2분 가량 언론사들에 영상스케치를 할 시간을 준 뒤 비공개로 진행됐다. 기자들이 회의장을 나가고 난 뒤엔 최고위원들과 문방위원들, 대표실 간부, 방송통신담당 전문위원과 녹음기를 다루는 실무자밖에 없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에 대해 맹공을 퍼붓고 있지만, 당 일부에선 ‘과연 한나라당이 직접 민주당 대표실을 도청하는 시도를 했겠느냐’라는 의구심을 제기하며 ‘제3자’가 개입했을 가능성을 거론한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되기 이전에 녹음기를 틀어놓고 나중에 회의가 끝난 뒤 도로 가져갔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이 녹취록을 왜 공개적으로 흔들어 시빗거리를 만들었는지도 의문이다. 민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다른 당의 비공개 회의 녹취록은 ‘장물’과도 마찬가지인데, 문건을 입수했더라도 그냥 내용을 말하면 되지 왜 굳이 읽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한 의원이 민주당의 합의 파기를 강조하는 데 급급하다 보니 ‘과잉행동’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의원과 같은 문방위원인 천정배 민주당 의원은 “한 의원이 뭘 그렇게 교활하게 숨기는 성격이 아니라서 큰일인지 잘 모르고 얼떨결에 화끈하게 발설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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