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원내대표(앞줄 셋째)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이 28일 오후 한나라당의 <한국방송>(KBS) 수신료 인상안 처리를 차단하기 위해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회의장의 전재희 위원장석을 차지한 채 임시의총을 하고 있다.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수신료 인상’ 로비 실토한셈
민주당 의원들 문방위 점거
KBS 기자 ‘겁박질문’ 도마
민주당 의원들 문방위 점거
KBS 기자 ‘겁박질문’ 도마
한나라당이 <한국방송>(KBS) 수신료 인상안의 상임위 처리를 공언하고 나선 28일, 민주당은 아침부터 “오늘은 문방대첩의 날”이라며 결의를 다졌다
민주당 의원들은 김진표 원내대표로부터 소집령을 받고 회의가 시작되는 오후 2시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 회의장에서 의원총회를 열었다. 김재윤·전혜숙·천정배·김부겸·장병완 등 문방위원들은 의장석을 둘러싸고 앉았고 다른 상임위 소속 의원들은 그 뒤에 섰다.
민주당이 문방위 회의장을 점거한 사이, 여야 양당의 원내수석부대표는 물밑대화를 이어갔으나 한나라당 문방위원들의 강경한 분위기에 밀려 최종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날 이명규(한나라당)·노영민(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수신료 인상안, 한국방송 구조개선법, 미디어렙법을 모두 한꺼번에 7월에 논의한 뒤 8월에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한나라당 문방위원들은 회의를 열어 “애초 여야 합의대로 오늘 처리해야 한다”며 이를 거부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문방위 회의장을 점거한 가운데 한나라당 의원들이 장외에서 인상안 처리를 벼르는 대치상황이 이날 밤늦도록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 소속인 전재희 문방위원장의 발언이 논란을 빚었다. 전 위원장은 이날 한국방송 국회 출입 기자에게 “민주당 설득을 다 했다면서, 어떻게 설득했길래 상황이 이러냐. 오늘 집에 가기도 다 틀렸네”라며 불만을 털어놓았다고 <뷰스앤뉴스>가 보도했다. 뷰스앤뉴스는 “전 위원장 발언은 한국방송 수신료 인상 문제에 한국방송 국회 출입기자들이 직접 나서 민주당 의원들에게 로비를 해왔음을 실토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방송 기자들의 취재 행태도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오늘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는 한나라당이 수신료 인상안을 날치기 처리하기 위해서 소집됐다는 것은 한나라당 지도부도 인정하는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한국방송은 6대의 취재용 카메라와 기자들을 대거 동원해 민주당 의총이 열리는 회의장으로 입장하는 민주당 국회의원들에 대해 무례하고 무차별적인 취재를 했다”고 말했다. 홍 대변인은 “한국방송 기자들은 민주당 의원들에게 ‘몸싸움하겠다는 것은 국회 선진화 방안에 어긋나지 않느냐’ ‘수신료 인상을 민주당이 합의하지 않았냐’고 겁박성 질문을 했다”며 “심지어 민주당 원내대표실 출입문 앞에 카메라를 설치해 마치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을 설치한 것처럼 제1야당 원내대표실을 감시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는 언론의 균형감각을 잃어버린 처사이며 자사이기주의에 빠진 파파라치 같은 취재행태”라고 말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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