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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손학규 들이받은 정동영

등록 2011-07-01 17:35수정 2011-07-01 21:49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이 1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손학규 당대표가 간 나오토 일본 총리에게 북한인권과 북한 미사일에 관해  ‘원칙있는 포용’이라고 말한 것을 비판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이 1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손학규 당대표가 간 나오토 일본 총리에게 북한인권과 북한 미사일에 관해 ‘원칙있는 포용’이라고 말한 것을 비판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원칙있는 포용정책? 그건 박근혜 말”
최고위원회의서 일 방문때 발언 비판
손 “원칙 없는 포용, 종북진보” 맞받아
“(손학규 대표가 말한) ‘원칙있는 포용정책’은 박근혜 대표 워딩(말)이다. 그럼 우리 햇볕정책이 원칙없는 정책이냐는 오해가 있을 수 있다. 손 대표가 바로잡아야 한다.”

1일 아침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전날 끝난 6월 임시국회 평가 등으로 일상적인 회의가 진행되는가 싶더니, 한 순간 회의장에 팽팽한 긴장감이 돌았다. 포문을 연 사람은 정동영 최고위원이었다.

정 최고위원은 손 대표를 향해 “간 나오토 일본 총리 만나 북한인권과 미사일 발언을 하며 ‘원칙있는 포용정책’을 말했는데, 이는 햇볕정책에 변형을 가하는 게 아니냐는 오해를 부를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이어 “최근 수신료 인상안 처리합의나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 합의 등도 당의 정체성에 심대한 위해를 준 결정이었다”며 “당의 중대한 노선에 대해 사전 토론 절차가 생략됐다는 게 유감스럽다”고 강조했다. 4·27재보선 승리 이후 민주당의 ‘오락가락 행보’에 대한 책임이 손 대표에게 있다고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표정이 굳어진 손 대표는 회의가 끝날 때쯤 다시 자신의 마이크를 켰다. 목소리는 회의 시작 때보다 ‘한 옥타브’는 더 올라가 있었다. “원칙없는 포용정책은 ‘종북진보’라는 오해를 살 수 있다. 북의 세습체제나 핵개발을 찬성할 수는 없다. 남북의 평화를 모색하고 번영을 도모하는 것이 김대중 대통령 이래 민주당의 대북 포용정책이다. 종북진보에 대해 색깔론을 제기할 생각은 없지만, 민주당은 분명 이와 다르다. 평화가 위협받거나 개방개혁을 가로막는 어떠한 정책에도 반대한다.”

손 대표의 단호한 목소리에, 이번엔 정 최고위원이 상기된 표정으로 다시 마이크를 켰다. 정 최고위원은 “지난번에 (손 대표가) ‘햇볕정책이 만병통치약이 아니다’라고 말해 당의 정체성에 심대한 훼손이 이루어졌을 때는 이해하고 넘어갔다”며 “하지만 이번엔 외국 정상에게 당의 노선을 설명한 것이고, 당원들의 의구심이 있다면 토론이 필요하다”고 맞섰다. 그는 이어 “종북진보라는 말씀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표현이고, 취소돼야 마땅하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이에 손 대표는 일본 방문 때 자신이 기자들에게 했던 말을 읽어내려가며, 일본에 요청한 것은 ‘북한과 교류와 협력을 강화하는 데 (일본이) 역할을 해달라’는 취지였다고 맞받았다.

두 사람의 날선 공방이 길어지자, 당직자들이 서둘러 회의를 비공개로 전환하며 수습에 나섰다. 이날 회의 뒤 이용섭 민주당 대변인은 “햇볕정책에 대한 내용에는 이견이 없는데, 외부의 오해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두 분의 견해가 달랐던 것”이라며 “비공개 회의 때 두 분의 토론은 따로 없었고, 손 대표도 (정 최고위원의 지적에 대해) 예민한 분야의 말은 더 정제해서 하라는 조언으로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당 안팎에선 이날 정 최고위원의 문제제기에 대해 ‘자신이 햇볕정책의 적자라는 이미지를 확실히 굳히려는 뜻’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반면 손 대표 경우 2007년 당 대선후보 경선 때 정 최고위원에게 졌던 뼈아픈 기억 때문에, 정 최고위원의 ‘기습’에 예민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이날 두 사람의 설전이 알려지면서, 민주노동당이 손 대표에 대한 비판에 가세했다. 우위영 민노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어 “4·27 재보선 이후 민주당 손학규 대표 오락가락 행보에 대해서 우려할 만한 점이 많이 있었으나 비판을 자제해왔지만, 오늘 손 대표의 발언은 한나라당 대표의 발언으로 착각할 만큼 귀를 의심케 했다”며 “6·15공동선언으로 결실 맺은 햇볕정책을, 소위 ‘퍼주기’로 매도하며 ‘종북’으로 낙인 찍어왔던 한나라당식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비판했다.

우 대변인은 이어 “남북관계가 모조리 파괴된 지금의 상황은 이명박 정부가 ‘원칙있는 대북정책’이라는 이름 아래 대북 대결정책을 취해온 결과라는 게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며 “게다가 ‘종북’이라는 표현은 반북세력이 평화세력을 공격할 때 써먹던 케케묵은 수법”이라고 꼬집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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