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 사퇴해야” 의견도
국회시설 수사불허 비판
국회시설 수사불허 비판
민주당은 4일 당 대표실 도청의혹 사건과 관련해 김인규 사장의 거취를 거론하는 등 한국방송(KBS)에 대한 공격 수위를 한 단계 더 높였다.
천정배 진상조사위원장은 이날 라디오에서 최근 한국방송 해명의 모호함을 지적하며 “우리는 아직 한국방송이 혐의자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최소한 경찰 수사의 참고인 정도의 자격으로는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야당 대표실의 최고위원회를 도청하고 이를 만약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 쪽에 넘겨줬다면 그건 취재가 아니라 수신료 인상이라는 자신들의 목표를 위해 취재를 활용한 것”이라며 “한국방송의 관여 사실이 입증된다면 이는 사장이 물러나는 정도에 그칠 수 없는 문제다”라고 말했다. 그는 “법치주의, 헌법 질서, 언론 본연의 자세와 관련된 아주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한 핵심 당직자는 “이 정도로 문제가 번지고 있다면 김인규 한국방송 사장은 빨리 사퇴해야 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말했다.
민주당은 박희태 국회의장이 ‘국회의 자율성’을 이유로 국회 시설에 대한 공식적인 경찰 수사를 허락하지 않고 있는 데 대해서도 비판하고 나섰다. 홍영표 원내대변인은 “경찰 쪽에서 민주당 관계자들과 함께 당 대표실 등을 비공식적으로 둘러보긴 했지만 증거로 인정을 받으려면 지문감식 등 공식적인 현장 조사가 있어야 한다”며 “박 의장은 한나라당 의원이라고 감싸고 돌면 안 된다. 의장이라면 중립적인 태도로 이처럼 중대한 범죄의 진상을 밝히도록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한선교 의원이 지난 2일 박 의장과 함께 출국한 것도 입길에 오르고 있다. ‘경찰 수사를 피하기 위한 꼼수’ 아니냐는 것이다. 한 의원은 발트3국, 덴마크 등을 방문하는 박 의장 수행을 위해 11박12일 일정으로 지난 2일 출국했다. 한 의원 쪽은 이에 대한 보도자료를 내어 “국회의장 해외순방 공식 수행일정은 약 한 달 전인 지난 6월14일 이미 결정된 사항”이라며 “출발일 이전엔 유선상으로도 출석 요구 날짜를 들은 바 없고 경찰은 4일 오전에야 출석요구서를 전달했다”고 해명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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