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무상급식 반대투표’ 반응
부실 서명부 등으로 무효 논란이 벌어졌던 서울시의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가 다음달 실시되는 것으로 결론이 나면서 여야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현행 선거법상 중앙당은 언론을 통해 ‘전면 무상급식 반대’ 입장을 밝히는 식의 ‘공중전’ 외에는 지원 방법이 많지 않은데다 어느 쪽도 승리를 낙관할 수 없어 양쪽 모두 총력전을 펼치기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민주당은 서울시당 차원의 법적 대응에 집중할 계획이다. 박영선 정책위의장은 20일 “서울시당이 투표 요건, 설문 문항 등 문제점을 들어 주민투표 무효 청구소송에 나설 것”이라며 “중앙당은 아이들의 밥그릇을 뺏어 대권 도전을 하려는 오세훈 서울시장 개인에 대한 비판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영 최고위원도 “초등학교에 대해 전면적 무상급식을 실시할 경우 서울시가 부담할 비용은 600억~700억원인데 주민투표 비용만 182억원”이라며 “민주당은 투표의 부당성, 불법성, 낭비와 비효율 등을 지적하며 무용론을 강조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아이들 밥 먹는 문제 갖고 투표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게 민심”이라면서도, 정작 주민투표가 실시될 경우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서울시당의 한 관계자는 “휴가철이라 투표율이 낮다고 하더라도, 한나라당 쪽은 여러달 동안 수십만명을 대상으로 주민투표 서명운동을 벌여왔기 때문에 어느 정도 ‘조직 점검’과 ‘동원 준비’가 이뤄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도 속내가 복잡하다. 홍준표 대표와 황우여 원내대표가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관련해 “중앙당 차원에서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은 지원하겠다”고 밝히고는 있지만, 당내에서도 완전한 합의를 이루지 못한 상태다. 황 원내대표는 이날 “주민투표는 서울시당 중심으로 치르게 돼 있지만 중앙당 차원에서도 외면하지 않고 법 테두리 안에서 할 수 있는 지원은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선거법이 워낙 엄격해서 중앙당이 무얼 할 수 있는지 선거관리위원회와 의논해서 해나갈 것”이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지도부 사이에도 이견이 있다. 남경필 최고위원은 “주민투표까지 가지 말고 정치적으로 타협하는 게 최선”이라며 “조만간 오세훈 시장을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시켜 얘기를 들어보고 설득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외자유치 협약 체결을 위해 일본 도쿄를 방문한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19일 한국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복지 포퓰리즘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오 시장의 뜻에는 공감하지만 경기도 하남시의 경우를 보면 주민투표는 (결과에 상관없이) 큰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고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는 “주민투표가 가결된다고 해도 무상급식 비율이 100%에서 75%로 조금 줄어드는 데 그쳐 결과에 별 차이가 없다”며 “애들 밥 안 주는 게 보수는 아니지 않으냐. 지방의회는 주민이 뽑은 대표인 만큼, 의회와 의견을 잘 조율해서 사안을 풀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유주현 황준범 기자, 도쿄/정남구 특파원
edign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