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원로 모임 ‘성우회’ 회장 지낸 김상태씨 불구속 기소
국방중기계획 등 12차례 넘겨…검찰, 누설자도 수사
국방중기계획 등 12차례 넘겨…검찰, 누설자도 수사
김상태(81) 전 공군참모총장은 장성 출신 군 원로들의 모임인 ‘성우회’의 회장이었다. 그는 전시 작전통제권 회수 방안을 놓고 청와대와 군 당국이 갈등을 빚고 있던 2006년, “군 원로들은 국가안보를 위해 한평생을 바쳤다. 모욕적인 언사에 밤잠이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부 방침에 반발하는 군 간부들을 겨냥해 “(군 장성들이) 별 달고 거들먹거린다”고 공박한 데 대한 반응이었다. 그러나 검찰은 그가 이 무렵부터 미국의 거대 군수업체 록히드마틴에 군사기밀을 유출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이진한)는 우리 공군의 전력증강 사업에 관한 군사기밀을 록히드마틴에 누설한 혐의(군사기밀보호법 위반)로 김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3일 밝혔다. 검찰은 그가 설립한 ㅅ기술 부사장인 이아무개(62·예비역 공군 대령)씨와 상무 송아무개(60·예비역 공군 상사)씨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ㅅ기술과 무역 대리 계약을 맺은 록히드마틴 쪽에 ‘합동군사전략목표기획서’, ‘국방중기계획’ 등 2·3급 군사기밀을 모두 12차례나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ㅅ기술이 2009년과 2010년에 수수료 명목으로 록히드마틴 쪽에서 받은 25억원이 이런 군사기밀 유출의 대가인 것으로 판단했다.
이들이 넘긴 기밀에는 우리 군이 북한의 전략 표적을 정밀 타격하기 위해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합동원거리공격탄의 예상 수량과 배정 예산, 장착 전투기 배치 장소 등이 포함됐다. 또 ‘전투기의 눈’으로 불리는 야간표적식별장치, 다목적 정밀유도 확산탄, 중거리 지피에스(GPS) 유도키트 등의 도입 수량과 시기 등도 함께 전달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게 넘겨진 군 기밀은 록히드마틴의 사업제안서 작성 등에 활용됐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실제 록히드마틴은 지난해 방위사업청이 선정한 야간표적식별장비 도입 우선사업자로 선정됐다.
특히 검찰은 김씨가 공군 대장으로 예편한 뒤인 1995년 설립한 ㅅ기술이 군 기밀을 빼내 전달하기 위한 ‘연락사무소’ 구실을 해왔던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ㅅ기술은 공군 출신 임원 3~4명과 사무직 일반직원 2~3명으로 구성된 무기중개업체로, 군수업체와 무역대리 계약을 체결한 뒤 국내 마케팅 회의, 국제 에어쇼 행사장 등지에서 회의 자료 형식으로 군 기밀을 제공해 왔다. 또 이들은 전자우편을 통해서도 록히드마틴 쪽에 군 기밀을 전달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공군참모총장 출신인 김씨가 공군사관학교 출신 인맥을 중심으로 이런 기밀을 탐지·수집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김씨 등은 “인터넷 등을 통해 수집한 정보로 군 기밀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혐의 내용을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이들에게 군 기밀을 누설한 군 관계자들을 찾아내는 수사도 계속할 방침이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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