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만 의식해서 한다면 나 자신에게 불명예”
‘독도발언-재단설립-출판회’ 가속페달 관측도
‘독도발언-재단설립-출판회’ 가속페달 관측도
현대 일가의 사재 출연을 계기로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의 대선 행보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6월 당 대표 사퇴 이후 정치 ‘윗목’으로 비켜서 있던 정 전 대표가 대선 행보의 가속페달을 밟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정 전 대표 등이 5천억원을 출연해 만드는 사회복지재단(아산나눔재단)은 기금 규모로만 치면 국내 최대 복지재단이 된다. 정 전 대표는 16일 이런 내용의 사회복지재단 설립 계획을 발표하는 현대 쪽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않았다. 자신이 행사의 전면에 나설 경우 ‘대선을 겨냥한 속 보이는 행보’라는 비판이 나올 가능성을 경계한 것 같다. 그는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대선만을 의식해서 한다면 나 자신에게 불명예고 내가 처량하다. 정치는 명예를 걸고 해야 하며 ‘죽기 살기로’ 하는 정치는 안 좋다”고 말했다.
한 측근 의원은 “주변에서 (대선 주자로서) 재산을 사회에 환원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핵심 측근은 최근 주변에 “곧 큰 것을 터뜨릴 것”이라고 말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또다른 측근 의원은 “아버지(고 정주영 회장)가 해놓은 것에 안주하기보다, 그 뜻을 받들고 나름의 봉사와 공헌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다음달 정도면 대선 행보가 본격화하는 시점으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정 전 대표는 다음달 6일 자전 에세이집 출판기념회를 연다. 이 출판기념회엔 정치적 멘토인 이홍구 전 총리 등이 참석하는 등 실질적인 대선 출정식의 의미를 띨 것이라고 한 측근 의원은 전했다.
정 전 대표는 정책적으로도 자신의 새로운 컬러 구축을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8월 들어 독도·위안부 문제 등 한-일 관계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이는 게 대표적이다.
지난주 오세훈 서울시장이 차기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그에게 정치적 숨통을 틔워준 측면도 있다. 박근혜 전 대표와 오세훈 시장, 김문수 경기지사에 이어 여권 대선주자 가운데 지지율이 4위에 머물던 그로선 2~3위권으로 도약할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다. 한 의원은 “대중적 인지도는 최고점에 있는데 과거와 같은 높은 지지도를 확보할 폭발적 계기가 없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그의 정치적 앞날이 현대 최고경영자 출신인 이명박 대통령과 연계돼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우리 국민이 현대그룹 출신에게 연달아 대통령직을 맡기겠느냐는 의구심이 있는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실패할 경우 정 전 대표가 대선 행보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관측이다.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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