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시간 하루 남았는데
민노-진보신당 대표만남
진보신당내 반발로 불발
온전한 통합 어려울 수도
민노-진보신당 대표만남
진보신당내 반발로 불발
온전한 통합 어려울 수도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통합 협상이 극심한 내부 진통을 겪으며, 사실상 결렬 수순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협상 마지노선인 20일을 하루 앞둔 19일 오후 양당 대표가 만나 최종 합의를 시도하려 했으나, 핵심 쟁점인 ‘국민참여당과 통합’ 문제에 대해 합의점을 찾지 못해 협상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날 오전 한때 양당 내부에선 이정희-조승수 대표가 오후에 만나 합의문에 서명할 예정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두 대표의 만남에 앞서 진보신당 김형탁 사무총장과 민주노동당 장원섭 사무총장이 만나 사전 협의를 한 결과, 쟁점이었던 참여당 문제에 대해 ‘국민참여당과 합당 문제에 대해서는 양당이 이견이 있음을 확인한다’라는 문구를 넣는 선에서 합의하고, 부속합의서2와 강령, 당헌 개정안 등 양당 통합안에 최종적으로 서명하자는 논의가 진행됐다. 하지만 사무총장들의 협의 내용이 그동안 참여당과 통합 논의 자체를 반대해왔던 진보신당 내부에 알려지면서 당원들이 격렬하게 반발했고, 오후 1시30분에 예정됐던 대표단의 회담도 진보신당의 불참 통보로 불발됐다.
두 당 내부에서는 양당의 온전한 통합은 사실상 물건너 갔다는 평가가 많다. ‘참여당과 통합’ 문제가 단순히 통합의 절차나 방식에 관한 쟁점이 아니라, 두 당이 생각하는 진보정당의 미래에 대한 근본적인 ‘노선과 전략’의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의 주류 세력은 진보신당과 통합에만 머무르지 않고 참여당과 통합을 통해 진보정치의 공간을 근본적으로 확대하기를 원하고 있다. 진보정당 스스로 세력을 확장해 힘을 키워놓지 않으면 내년 총선 때 민주당과 선거연대에서 불리한 입장에 처할 수밖에 없고, 궁극적으로 대선 연대를 통한 연립정부 구상도 어렵다고 보는 것이다. 민주노동당 핵심 관계자는 “진보신당이 참여당과 통합 논의를 끝까지 거부하면 이른바 ‘개문발차’ 형식으로 참여당과 통합을 추진하며 다른 세력의 동참 여지를 남겨둘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심판하는 내년 총선에서도 진보정치의 지평을 넓히지 못하면 진보는 ‘무능한 세력’으로 낙인 찍힐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참여당과 통합 논의가 시작되면, 진보신당 내부 통합파들이 합류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반면 진보신당은 참여당과 통합 문제를 ‘진보운동 노선의 대전환’으로 여기고 있다. 1987년 이후 25년 동안 일관되게 추진, 발전해왔던 노동운동과 진보정치 운동이 이른바 ‘자유주의 세력’과 야합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진보신당 핵심 관계자는 “이른바 ‘87년 체제’의 진보운동이 ‘환골탈태’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민주노동당 주류는 25년의 성과를 일시에 무력화하는 선택을 하려고 한다”며 “자유주의 세력과 야합은 필연적으로 민주노총의 분화로 이어져 노동운동 자체를 무력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내년 총선, 대선을 위해 진보진영 전체를 뒤흔드는 선택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 확고한 것이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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