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성향 분석
서초·강남·송파 3곳만 투표율 30% 넘어서
6·2 서울시장 선거 때처럼 ‘보수-진보’ 대결
서초·강남·송파 3곳만 투표율 30% 넘어서
6·2 서울시장 선거 때처럼 ‘보수-진보’ 대결
24일 치러진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도 이른바 ‘강남3구’ 유권자들이 오세훈 시장과 한나라당에 표를 몰아준 것으로 나타났다. 투표율이 곧 승패의 기준이었던 이번 투표에서, 강남지역 투표율이 높고 강북지역 투표율은 낮은 ‘남고북저’ 현상도 뚜렷했다.
이날 저녁 8시 투표가 끝난 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집계한 투표율(잠정 집계)은 25.7%였는데, 서초구가 36.2%로 전체 25개구 가운데 가장 높은 투표율을 보였다. 다음으로 강남구가 35.4%였고, 송파구가 30.6%로 뒤를 잇는 등 ‘강남3구’ 모두 투표율이 30%를 넘었다. 강동구(27.6%)와 용산구(26.8%), 노원구(26.3%), 양천구(26.3%)도 전체 평균을 웃돌았다. 반면 금천구는 20.2%로 투표율이 가장 낮았고, 관악구(20.3%)와 강북구(21.7%), 은평구(22.6%) 등도 낮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전통적으로 야당이 강세인 지역은 투표율이 현저하게 낮은 반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고 보수성향과 한나라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은 투표율이 높게 나온 것이다. 이는 결국 이번 주민투표도 ‘한나라당과 민주당’, ‘보수와 진보’, ‘선별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 등 전통적인 여야의 대결구도로 펼쳐졌다는 점을 보여준다. 정책적 판단을 묻는 투표였지만, 오 시장이 대선 불출마와 시장직 사퇴 등의 ‘승부수’를 던지면서 날선 정치투표 양상으로 번진 영향이 컸다.
오 시장은 지난해 6·2 지방선거 서울시장 선거 때도 서울의 25개구 가운데 8개구에서만 상대인 한명숙 민주당 후보를 앞섰지만, 비교적 인구가 많은 강남, 서초, 송파구에서 ‘몰표’를 받아 당선된 바 있다. 이른바 ‘강남’과 ‘강북’으로 표현되는 지역별 투표 행태가 이번 선거를 통해 더 고착화된 셈이다.
이런 현상은 곧바로 내년 총선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총선에서 ‘복지’가 주요 이슈가 되면, 유권자들은 이번처럼 자신의 경제적 형편과 지역에 따라 엇갈리는 선택을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대형 주상복합 등이 들어서며 빠르게 개발됐던 용산구나 집값이 많이 오른 강동구, 노원구 등이 이번에 평균보다 높은 투표율을 보인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박선숙 민주당 전략홍보본부장은 “강남3구까지 합쳐서 계산해보면, 지난 지방선거 때와 마찬가지로 여당과 야당 지지자가 절반씩 견조하게 자리잡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여야 지지층이 결집하면 결국 두 당이 서울에서 박빙의 승부를 치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편 이날 새벽과 아침에 예상보다 높은 투표율이 나오다가 낮부터 투표율 증가세가 꺾인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이날 아침 9시 기준 투표율은 6.6%로, 지난 4·27 서울 중구청장 재선거 때 같은 시각의 6.1%에 비해 높게 나왔다. 하지만 이후 투표율 증가세가 둔해지고 저녁 6~8시 사이에도 투표율이 크게 오르지 않아 최종 투표율(25.7%)은 중구청장 재선거 때의 31.4%에 못 미쳤다. 이른 시간에 투표하는 경우가 많은 장년·노년층은 오 시장 지지를 유지했던 반면, 낮시간에 투표장을 주로 찾는 주부들이나 저녁에 퇴근한 직장인들은 투표에 소극적이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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