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민주당 대표(왼쪽)가 1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 선출안 처리를 논의하기 위해 찾아온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이야기하고 있다.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여야 이견으로 본회의 못올려
야당 강력반발…충돌 예고
야당 강력반발…충돌 예고
양승태 대법원장 후보자와 조용환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준이 16일 또다시 무산됐다. 야당 추천 몫 헌재 재판관은 지난 7월8일 이후 두 달 넘게 빈자리로 남게 됐다. 현 이용훈 대법원장의 임기는 오는 24일 만료된다.
여야는 이날 본회의를 열었지만 한나라당이 조용환 후보자에 대한 자유투표 방침을 고수하자 부결을 우려한 민주당이 의사일정에 합의하지 않았다. 결국 양 후보자 임명동의안과 조 후보자 선출안 처리는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았다.
이날 본회의 중간에 따로 열린 여야 협상에서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야당 추천 몫인 만큼 한나라당이 ‘권고적 찬성’ 당론을 채택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소속 의원들에게 찬성을 권유할 수는 있지만, 인사 문제에 대해 당론을 채택한 전례는 없다”고 맞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여야가 조 후보자의 선출안을 두고 평행선을 달리게 된 데에는 이 문제가 이른바 보수와 진보의 ‘진영 싸움’ 성격으로 번진 게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민주당은 야당 추천 몫 헌재 재판관마저 진보적인 인사를 선출하지 못하면 ‘무기력한 야당’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런 이유로 이날 오전 의원총회에서 한나라당이 조 후보자 선출을 반대하면 표결처리에 응하지 말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정범구 의원은 이날 의총에서 “잘못 알려진 보도를 근거로 색깔론 딱지를 붙이는 한나라당 행태는 신종 매카시즘”이라며 “이번 선출안이 표결로 무산되면 민주당은 내년 총선, 대선 등에서도 계속 한나라당과 보수세력의 색깔론에 휘둘릴 것”이라고 말했다. 야4당 원내대표도 이날 본회의 표결 무산 뒤 기자회견을 열어 “야당의 헌법재판관 추천권은 헌법 해석의 다양성과 소외계층 대변을 위해 보장된 것”이라며 “이를 무시하는 한나라당의 행태를 강력 규탄하며 헌법재판소 파행 운영의 책임은 전적으로 한나라당에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원내지도부는 대법원장의 공석을 막기 위해서라도 조 후보자의 선출안을 함께 처리하고 싶어하지만, 조 후보자에 대한 소속 의원들의 거부감이 워낙 커 찬성을 강제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조용환 후보자의 발언이 언론에 잘못 전달됐다”며 한발 물러섰으나, 일부 의원들의 거친 야유를 들어야 했다.
결국 한나라당은 대법원장 퇴임 전인 21일 본회의에서는 반드시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명규 원내수석부대표는 “어제 민주당 쪽과 만나 표결 처리하기로 합의를 했는데, 민주당이 오늘 갑자기 조 후보자 선출에 찬성하는 당론을 채택하라는 불가능한 요구를 해왔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21일에는 민주당이 표결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한나라당 단독으로 본회의를 열어 양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따로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석진환 송채경화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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