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비준 앞 후원금 논란
최재성 의원 “그룹차원서 역할분담 있었을 것”
의원들 공개 꺼려…후원규모·대상 확인못해
“오해받을 만한 경우” “과도한 의심” 해석 분분
최재성 의원 “그룹차원서 역할분담 있었을 것”
의원들 공개 꺼려…후원규모·대상 확인못해
“오해받을 만한 경우” “과도한 의심” 해석 분분
최재성 민주당 의원이 지난 16일 ‘친분도 없는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 사장들이 후원금을 입금해왔다’고 밝힌 사실과 관련해, 현대차그룹 관계자들이 국회의원들에게 조직적으로 후원금을 냈는지 여부와 후원금 규모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기업의 계열사 임원 개인 명의 후원을 통한 ‘정치인 관리’의 실태도 궁금증을 낳는다.
최 의원이 지난 7일~14일 사이에 후원계좌에 입금됐다고 밝힌 액수는 400만원이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사장 4명이 각각 100만원씩 보냈다. 최 의원은 “본적도 없고 전혀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같은 시기에 같은 금액을 보냈다는 것은 그룹 차원에서 미리 역할 분담이 있었던 게 아니냐”고 주장하고 있다. 국정감사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처리를 앞둔 로비용이라는 의심이다.
최 의원은 이런 사실을 공개하기 전에 주변 동료의원 10명에게 알아본 결과 8~9명의 민주당 의원들에게도 같은 방식으로 후원금이 입금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다. 하지만 민주당 몇몇 의원을 제외하고는 ‘괜한 오해’를 우려한 때문인지 돈을 돌려줬어도 이를 공개하기를 꺼리는 분위기다. 300만원 이하 규모의 개인후원은 그 내역이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규모를 확인할 방법도 없다.
다만 현대차그룹 계열사 사장들이 역할 분담을 했을 거라는 짐작이 가능한 대목은 있다. 최 의원처럼 최근 400만원을 후원계좌로 입금받은 사실을 확인하고 돈을 돌려준 한 민주당 의원은 18일 “내 경우는 최 의원에게 후원금을 냈다는 분들과 다른 사람들이 보냈는데,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진 현대차그룹 계열사가 아니어서 실무진들이 확인해본 뒤에야 (계열사 사장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민주당의 또다른 의원도 “현대차그룹 계열사는 맞지만 최 의원과 다른 회사였다. 100만원 정도면 잘 모르는 분이어도 확인을 제대로 못하고 넘어가는데 이번엔 오해를 살까 봐 돌려드렸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가 30개가 넘고, 개인 후원한도가 2천만원이니 계열사 사장들이 100만원씩 쪼개서 후원금을 냈더라도 전체적으로 보면 상당한 액수가 전달됐을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하지만 현대차가 특정 사안을 염두에 두고 조직적으로 후원금을 냈는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재계의 한 인사는 “흔히 대기업 대표이사급 정도에서 일부 국회의원들에게 100만원 정도는 대가성 없이 보내는 경우가 있다”며 “받는 쪽에도 알리지 않고, 우리도 굳이 티 내지 않는 일종의 정치적 품앗이 수준”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의원도 “대기업이 400만원으로 개별 의원들에게 뭘 어찌해보려 했다고 보는 것은 좀 과도한 해석 아니냐”고 말했다.
반면, 대기업의 한 대외협력담당 임원은 “보통 대표이사 명의로 후원금을 보낼 때는 학교나 지역 등으로 따져서 인연이 있는 경우에 보내는 것이 상례적인데, 이번엔 좀 의아한 경우”라는 평가를 내놨다. 한 정치권 인사는 “지금도 대기업 임원과 가족, 지인 등을 통해 100만원씩 나눠 몇 천만원 수준의 후원을 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번 경우는 일종의 후원의사 타진 정도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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