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정파들 노선·이해관계 차이따라 ‘사분오열’
통합커녕 상처 커지고 갈수록 내부갈등 증폭
통합커녕 상처 커지고 갈수록 내부갈등 증폭
성과도 없이 상처투성이가 돼버린 진보정당의 통합 논의가 갈수록 절망적인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 4일 진보신당 당대회의 ‘통합안’ 부결로 진보통합이 물건너간 뒤, 진보정당의 각 정파들은 노선과 이해에 따른 ‘사분오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재 진보진영 최대 관심사는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의 합당 여부다. 민노당은 오는 25일 당대회를 열어 참여당을 통합 대상으로 확정하는 안건을 다룬다. 참여당도 25일부터 새달 1일까지 같은 안건을 놓고 당원 총투표를 진행한다.
두 당이 통합 논의를 시작하려면 당대회와 투표에서 모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지만, 민주노동당의 경우 인천시당 등 일부가 반대하고 있어 안건 통과 여부를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1일 권영길, 천영세, 강기갑 등 3명의 전직 당대표는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에 반대 의견을 밝혔다. 이들은 “(진보신당 통합파 등) 많은 이들이 참여당은 통합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힌 상황에서 참여당과 ‘선통합’이 추진되면, 진보정치세력의 절반이 등을 돌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당내 다수는 “양보를 거듭하며 만든 통합안마저 진보신당이 부결했는데, 뭘 더 어쩌란 거냐”는 정서가 짙다. 이정희 대표는 21일 당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2012년에 이기기 위해 통합진보정당을 만드는 것은 어길 수 없는 약속”이라며 “시간을 더 보내다가는 국민의 기대마저 흩어질 것”이라고 호소했다. 유시민 참여당 대표도 이날 저녁 <한국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국민참여당과 민주노동당이 통합을 할 것이라는 전제를 두고 보면, 최규엽 민주노동당 서울시장 예비후보는 국민참여당의 후보로 볼 수 있다”며 지원사격에 나섰다.
진보신당 내부 상황은 더욱 복잡하다. 진보통합이 무산된 당대회 이후 통합파와 독자파가 착착 결별 수순을 밟고 있다. 당내 통합파들은 ‘통합연대’라는 당내 모임을 따로 꾸려 민주노동당과 협상에 나서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이들은 여전히 진보통합에 참여당이 합류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어, 25일 민주노동당 당대회의 결과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합연대와 빈민, 학계인사 20여명은 22일 국회에서 국민참여당과 민주노동당의 통합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통합연대 관계자는 “참여당과의 통합안이 가결되면 우리는 당분간 제3지대에서 독자세력으로 남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노회찬, 심상정, 조승수 전 대표 등은 탈당 뜻을 굳혔으며 특히 노, 심 전 대표는 탈당이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당에 남게 될 진보신당 독자파들은 다른 이유로 내부 갈등을 겪고 있다. 독자파인 김은주 당대표 권한대행이 구성하려는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구성을 둘러싼 이견도 크다. 지난 19일 강상구 당 대변인은 “김 권한대행이 측근 인사들로 주요 당직자들을 구성하고 일방적인 전횡을 일삼아서 당 내부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대변인직을 사퇴했다.
진보진영 안에서는 최근 진보통합 논의의 난항과 관련해 ‘결국 통합파들은 새로운 통합정당의 주도권 때문에, 독자파들은 남게 될 정당의 주도권 때문에 분열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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