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조사 보고 너무 기뻐”
친구·가족 등 손잡고 발길
‘나꼼수’ 출연진 사인 받고
악기 연주에 맞춰 노래도
친구·가족 등 손잡고 발길
‘나꼼수’ 출연진 사인 받고
악기 연주에 맞춰 노래도
27일 자정이 넘은 시각,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를 누른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자가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나타나자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서울시장 박원순”을 연호하며 환호성을 질렀다. 박 당선자는 “저는 야권단일 후보, 시민후보 박원순입니다. 지금은 서울시장 박원순입니다”라고 소개하며 “흑색선전과 인식공격이 난무하는 선거에서 저는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진실이 결국 거짓을 이겼습니다. 시민이 이겼습니다. 우리 모두가 이겼습니다”라고 말했고, 서울광장은 시민들의 열기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날 밤 서울광장은 일찍부터 축제가 벌어졌다. 박 당선자가 나 후보를 9.2%포인트 차로 누르고 압승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공중파 방송 3사의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뒤 박 당선자를 지지하는 시민들이 하나둘 광장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친구나 연인의 손을 잡은 20대와 가족들과 함께 온 중장년층들은 700여명(경찰 추산)으로 불어나 촛불을 들고 서울광장을 밝혔다. 이들은 개표 상황을 전하는 방송 뉴스를 보며 “시민이 이겼다. 상식이 이겼다”고 외쳤다.
“사람들과 순간의 희열을 같이 호흡하고 싶어서 왔어요.” 트위터를 보고 친구 2명과 함께 저녁 8시께 서울광장을 찾은 직장인 주현지(27)씨는 “박 당선자가 도덕성도 괜찮아 보이고, 그가 당선되면 소외된 사람들도 목소리를 낼 수 있겠다 싶어 (그에게) 투표했다”고 말했다. 주씨는 이번 선거에 대해 “선거운동 기간에 나경원 후보가 공감능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다”며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다른 공약이 없던데, 나 후보가 이번 선거의 의미를 잘못 파악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개인사업을 하는 전아무개(38)씨는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가 생각나 광장을 밟아보고 싶었다”며 “출구조사 결과와 트위터를 보고 바로 광장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함성에 눈시울을 붉히던 전씨는 “기존 정치권에서 박 후보가 바람을 일으키자 편 가르기를 하는데, 박 후보의 당선은 새로운 정치의 시작을 보여주는 바람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박 당선자가 강남도 끌어안을 수 있는 화합의 리더십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승준 김선식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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