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의 당선을 축하하기 위해 27일 새벽 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광장에 모인 지지자들이 손팻말을 들어 올리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20~60대 고른 연령층서 500여명 자발적 돕기 나서
“자비들여도 좋다”…업무 배분 ‘시스템’ 통해 한몫
“자비들여도 좋다”…업무 배분 ‘시스템’ 통해 한몫
27일 오후 서울 안국동 박원순 후보의 ‘희망캠프’에서 자원봉사자 15명이 분주하게 손을 놀려 뒷정리를 하고 있었다. 전날의 환호와 흥분이 가시지 않은 듯, 개표 상황실로 사용됐던 이곳을 청소하는 중에도 웃음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벽을 가득 채웠던 노란 바람개비를 떼어내고 컴퓨터와 책상을 치우고 화분을 비롯해 선거 때 썼던 비품들은 한데 묶어 시청으로 보내기로 했다. 이들은 ‘오후에 뒷정리할 예정입니다. 부담 갖지 말고 몇 분만 오세요’라는 문자를 받고 달려온 참이다.
이들 중 이해숙(59) 자원봉사팀장은 참여연대에서 14년 자원봉사를 한 경험을 살려 희망캠프 2층 안내데스크를 맡았다. 이씨는 “재개발이나 시정과 관련된 온갖 민원을 들고와 떼쓰는 사람도 있어 황당했지만, 그래도 전직 디자이너, 교사, 연구원 등 다양한 사람들이 돕겠다고 끊임없이 찾아오는 걸 보고 힘이 났다”고 말했다. 오여주(55)씨는 자영업 하다 잠시 시간 맞아서 찾아온 경우다. 오씨는 “사무실 정리하고 전화 받고 간식 챙기고 하는 게 전부였지만, 환경미화원들에게 온 전화를 연결해주고 후보가 유세 마지막날 그곳 방문 일정을 추가한 것을 보고 뿌듯했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그토록 강조했던 ‘시민의 힘’이 박 후보 캠프에서부터 유감없이 발휘된 셈이다. 이는 박 시장과 시민단체가 그동안 시민들의 자발적인 행동을 끌어내는 노하우와 시스템을 갖췄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예를 들어, 박 시장의 누리집에는 자원봉사를 지원하는 코너가 따로 마련돼, 실내활동(안내, 다과 챙기기, 물품파악 및 장보기 등)과 실외활동(차량운행, 지역유세 지원), 온라인활동(포털사이트 등 기사 모니터링, 여론 모니터, 댓글 동향파악 등)으로 구분하고 자신이 참여 가능한 시간대도 표시하도록 촘촘히 구성돼 있다.
실제 선거운동 기간 활동한 자원봉사자 규모는 500여명이나 됐다. 자원봉사자들은 비교적 시간 확보가 가능한 20대 중후반과 30대 초반의 젊은층이 절반, 50대 주부와 60대 이상 은퇴자들이 나머지 절반 정도였다. 캠프 살림을 맡았던 오광진 사무장은 “선거운동이 본격화된 뒤에는 찾아오는 이들이 너무 많아 일을 못 드렸고, ‘각 지역 방문 때 동행해달라’고 부탁드린 뒤 돌려보냈다”고 전했다. 그는 “자원봉사 하시는 분들이 아침 6~7시면 나와서 사무실을 깨끗하게 정리해놓으셔서 실무자들이 다른 데에 전혀 신경쓸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재활용 상자와 비품 등을 이용해 어지간한 카페보다 더 앙증맞게 사무실을 꾸민 것도 이들이었다.
석진환 엄지원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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