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정치일반

민방위 훈련에 웬 ‘전기 모으기’ 훈련?

등록 2011-11-15 16:28

우우우웅~우우우웅~우우우웅~. 15일 오후 2시부터 3분간 공습경보 싸이렌이 전국에 울려퍼졌다. 새삼스러울 게 없는 낯익은 소리였다. 40년 넘게 매월 15일에 어김없이 해온 ‘민방위 훈련’아니던가.

그런데 이번엔 뭔가 조금 달랐다. 1시58분이었다. 경기 과천 정부종합청사 기획재정부 기자실에 전기가 끊겼다. 커튼까지 내려 대낮인데도 실내는 사방이 어두웠다. 정부청사관리소에서 공습경보 발령 직전 필수 전원을 뺀 전원을 모두 차단했기 때문이다. 전원은 2시15분 경보해제를 알리는 우우우웅~ 소리가 사라진 지 4분쯤 지나서야 다시 켜졌다.

이날 정부는 ‘연평도 무력도발 1년!’이란 제목의 민방위 훈련과 함께 사상 처음으로 ‘온 국민 전기 모으기 훈련’을 동시에 벌였다. 수재 의연금, 불우이웃돕기 성금, 금 모으기까지 봐왔던 국민들에게조차 전기 모으기 훈련은 다소 생소한 훈련이었다.

정부는 이번 캠페인의 배경을 “겨울철 전력 위기를 무사히 넘기기 위해선 모든 국민들의 절전 참여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올 겨울철 내내 예비전력이 안정적 수준인 400만kW를 밑돌 전망이라고 한다. 특히 내년 1월 2~3주 사이에 예비력이 100만kW 이하(예비력이 0 아래로 떨어지면 전국적인 동시 정전을 뜻하는 블랙아웃 발생)로 떨어질 만큼 전력수급 여건이 악화했다는 게 정부 쪽 설명이다. 한마디로 9·15 전력 대란의 재발을 어떻게든 막겠다는 것이다.

국민 절전 행동 요령도 마련했다. 민방위 경보가 울리면, 가정에선 전열기·다리미·세탁기·전자렌지 등 발열제품 사용을 일시 중지하고, 사무실과 공장에선 중앙조절식 난방설비의 가동을 중단하고 전열기기·사무기기의 전원을 차단해야 한다. 상가나 상점도 영업에 영향이 적은 가전제품의 사용을 일시 중단하도록 했다. 이렇게 해서 전기를 얼마나 모았는지 16일 자료를 내 밝히겠다고 했다.

이날 전기 모으기 훈련처럼 최근 정부가 부쩍 절전 캠페인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무총리까지 나섰다. 김황식 총리는 14일 트위터에 ‘나의 절전 계획서’란 글을 올렸다. 집무실 전등을 3분의 1로 줄이고, 혼자 집무시·접견시, 소규모·대규모 회의시 등을 구분해 점등, 소등을 달리해가며 전기를 아끼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앞서 지경부는 지난 13일 동절기 전기 난방기기가 전체 전력 사용의 25%에 이른다며, 겨울철 전기절약 실천방법과 절전 효과를 누구나 알기 쉽게 매뉴얼 형태로 제작해 보급한다고 밝혔다. 17일엔 63빌딩 그랜드볼룸에서 에너지절약 촉진대회도 연다.

하지만 이런 절전 캠페인이 변죽만 울린 채 별 효과 없이 이벤트성으로 그칠 것이란 우려가 내부에서조차 나오고 있다. 지경부 관계자는 “전기 절약에만 의존해선 전력 수요를 줄일 수 없다”고 말했다. 캠페인이란 강제적인 제재 수단이 없다. 그야말로 자발적이다. 동참하지 않아도 어떻게 할 도리가 없는 것이다.

정한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것(절전 캠페인)만 해가지고선 될 일이 아니다”며 “이번 겨울이 워낙 위험하니까 어떻게든 위기를 넘기자는 발상에서 나왔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가격을 공급 원가를 반영한 수준으로 인상돼야 한다고 본다. 가격을 올리면 수요가 줄 것이란 경제학 원론의 수요와 공급의 매커니즘을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한전이 1kW당 100원에 전기를 만든다고 가정하면 약 10원씩 손해보고 파는 구조다.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전기요금 인상은 쉽지 않은 과제다. 지경부가 앞장서고 있지만, 기획재정부가 물가안정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 대중의 정서도 후자 쪽이다. 재정부는 요금을 인상한다고 해도, 수요가 얼마나 줄지 확신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한경 선임연구위원은 “과거 전기요금을 1% 올렸을 때 수요가 얼마나 줄었는지 관찰해보면 그리 크게 줄지 않은 게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2차 에너지원인 전기가 1차 에너지원인 석유보다 싼 현재의 비정상적인 상황을 되돌려야 할 필요가 있고, 또 장기적으로 가격을 올리면 수요가 주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1.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2.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3.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4.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5.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