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D 재협상’ 실효성은
서비스·투자위 서한에 석달뒤 회의 명시
재협상 요구 안해도 다룰 수 있는 주제
정부 ‘ISD 폐기’ 의지도 없어 성과 의문
서비스·투자위 서한에 석달뒤 회의 명시
재협상 요구 안해도 다룰 수 있는 주제
정부 ‘ISD 폐기’ 의지도 없어 성과 의문
‘서비스·투자위원회는 협정의 발효 후 90일 이내에 첫 번째 회의를 개최한다. 위원회는 어느 한쪽 당사국에 의해 제기되는 어떠한 특정 이슈도 다룬다.’(서비스·투자 위원회 설치 합의서한)
‘양 당사국은 협정의 개정에 서면으로 합의할 수 있다. 개정은 법적 요건 및 절차를 걸쳐 발효한다.’(협정문 24.2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정문 내용을 검토해보면, ‘3개월 이내에 투자자-국가 소송제(ISD)에 관한 재협상을 요구하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15일 발언이 기존 정부의 입장에서 한발짝도 나아가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우선 이 대통령이 밝힌 ‘재협상’ 창구는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달 30일 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설치하기로 한 ‘서비스·투자 위원회’이다. 두 나라는 서비스·투자 위원회에서 협정 이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어떠한 문제라도 제기해 협의하기로 합의했다. 투자자-국가 소송제도 당연히 다룰 수 있는 주제다.
최석영 자유무역협정 교섭대표도 이날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투자자-국가 소송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면 발효 이전보다는 이후에 해야 한다”며 “이미 지난달 양국이 서비스·투자위원회 설립을 합의해 여기서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3개월 이내에’라고 시점을 못박은 것도 위원회 첫 회의를 협정 발효 뒤 90일 이내에 하기로 정했기 때문이다. 다음 회의는 매년 개최하기로 했다.
정부가 ‘재협상’을 요구해도 미국이 이를 받아들여 협정이 개정될지는 전혀 예측할 수 없다. 미국 행정부가 투자자-국가 소송제 폐지에 동의한다는 뜻을 밝힌 것도 아닌데다, 미국 행정부가 그랬다고 하더라도 통상협상 권한을 미국 의회가 쥐고 있어 협정을 개정하려면 의회의 승인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의회는 개성공단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할지 여부도 결정할 만큼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우리 정부가 투자자-국가 소송제의 폐지에 공감하지 않는 것도 ‘재협상’의 실효성을 떨어뜨린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투자자-국가 소송제는 국익에 더 도움이 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라며 “실제 폐기하는 게 좋은지 국내에서 먼저 의견을 모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야당의 반대에 마지못해 ‘재협상’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폐지에 동의하지 않음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정부 의지가 없는 상태에서 나선 ‘재협상’이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2008년 8월 미국과의 쇠고기 재협상 약속도 마찬가지였다. 정부는 수차례 “주변국과 미국이 한국과 동일 조건으로 쇠고기 수입 협상을 체결하지 않을 경우 재협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를 실천하지 않고 있다. 대만이나 일본이 각각 30개월 미만, 20개월 미만의 쇠고기만 수입하고, 중국과 오스트레일리아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전면 금지하고 있는 상황인데도 말이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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