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전 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23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중앙위원회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야권통합 과정서 돌아본 박지원 행보 ‘빛과 그늘’
야권통합을 둘러싸고 최근 벌어진 민주당 내부 갈등의 정점엔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있었다. 갈등이 불거질 때도, 정치적 타협을 통해 해소되는 과정에서도 ‘박지원의 선택’은 초미의 관심사였다. 남은 야권통합 일정에서도 그의 행보는 여전히 중요한 변수다. 통합이 절실한 야권 전체가 박 전 대표에게 끌려다니는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그가 이처럼 막강한 존재감을 과시하다 보니, 통합 일정에 쫓기고 있는 야권에선 그의 행보에 대한 비판도 많다. “야당에서 정치적 수 싸움으로는 박 전 대표를 따라잡을 사람이 없어 보인다. 손학규 대표도 역부족이다.” 시사평론가 고성국 박사의 말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정치방식으로 보면 옛날식으로 정치를 하는 마지막 영향력 있는 정치인이 아닐까 싶다”며 “새로운 시대의 흐름에 어울리는 정치인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최근 통합 국면에서 과도하게 당권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 나머지, 통합 흐름에 거스르는 구시대 정치인 이미지가 고착화됐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도 “민주당의 변화와 혁신을 통해 대중의 관심을 키워야 할 시기에, 박 전 대표가 오히려 대중의 관심을 떨어뜨리고 민주당에 대한 실망을 키운 결과를 낳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전 대표가 27일 손 대표와 만나 중재안을 받아들인 것도 이런 안팎의 거센 비난을 더는 버티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박 전 대표는 당내 갈등이 극에 달했던 지난 23일 중앙위원회 이전부터 “일부 의원과 당원들이 야권통합에 격렬하게 저항해 통합 일정이 늦춰질 경우 모든 비난의 화살이 내게 올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자신에게 닥칠 상황을 잘 알고 있었지만, ‘치명상’을 각오하고 단독 전당대회를 주장한 셈이다.
이런 이유 등으로 박 전 대표의 최근 행보를 오로지 ‘당권 욕심’으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그가 이번 통합 국면에서 소외될 수 있는 옛 민주당 세력 등을 대신해 목소리를 낸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서울시장 선거 때도 이들이 박원순 후보를 돕도록 일정한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가 대변한 이들은 과거 민주진영의 세력적 토대였으며, 앞으로의 야권통합 국면에서도 반드시 끌어안고 가야 할 한 축이기도 하다.
박 전 대표도 최근 사석에서 “(통합정당의) 대표가 되든, 최고위원에 머물든 상관없이 주어진 역할에 충실할 것”이라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통합정당이 건설되어도 여전히 박 전 대표의 역할이 필요한 건 분명하지만, 통합과정에서 쌓인 부정적 이미지를 털어내지 못하면 향후 야권에 부담을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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