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주 기자
현장에서
‘언론보도해명 <한겨레> 기사 관련.’
지난 5일 한 통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발신인은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였다. ‘외교부가 국내 법원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과 관련해 전문성이 충분하지 않아 양국 통상관료로 구성된 공동위원회의 협정문 해석을 상당히 존중할 것이라는 의견을 최근 국회에 제출했다’는 <한겨레> 12월5일치 1·5면 기사에 대한 해명자료였다. 외교부는 ‘한-미 에프티에이 규정의 해석 권한에 대한 일반론적 답변’이라고 해명하면서 ‘공동위의 결정을 공개하지 않아 견제가 어렵다’는 기사 내용에 대해 ‘공동위 관련 정보는 상대방 당사국이 비밀을 요청하지 않는 한 투명성 원칙하에 공개된다’고 반박했다. 그러고는 ‘사실관계가 부정확하거나 오도하는’ 기사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는 앞뒤가 맞지 않는 설명이다. 지난 9월 국정감사를 앞두고 박주선 민주당 의원이 ‘이미 발효된 자유무역협정의 공동위원회 개최 현황 및 결정 내용’을 요청하자 외교부는 6개 자유무역협정에서 17차례 공동위원회가 열렸지만 ‘공동위원회 결정 내용은 대외비로 공개가 불가능’하다고 답변했다. 또다른 답변자료에서는 ‘(국회 상임위원회인) 외통위의 요청이 있을 경우 열람할 수 있도록 조처하겠다’고 덧붙였다. 공동위 결정은 대외비이므로 국회의원조차 개별적으로는 확인할 수 없고, 국회 상임위가 의결할 때만, 그것도 열람만 가능하다는 얘기다.
백번 양보해서 외교부가 공동위 결정을 대외비라고 국회에 밝힌 이유를, 이번 언론보도해명에서 주장한 것처럼 모든 상대국이 공동위 정보를 비밀로 해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라고 치자. 그렇다면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된 뒤 미국은 다른 나라들과 달리 비밀을 요청하지 않을 이유가 있는가? 지난 6월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번역 오류 공개를 둘러싼 미국의 태도를 보면 다르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외교부는 미국 정부가 3년간 비공개를 요청했다며 한-미 협정의 번역 오류 정오표(296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법원이 지난 2일 “비공개가 위법하다”고 판결했는데도 말이다. 법원까지 아랑곳하지 않는 마당에 공동위의 투명성이 확보될 수 있을까?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