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의원들 퇴장 한나라당과 미래희망연대가 새해를 불과 40분여 남겨둔 지난 31일 밤 11시20분께 새해 예산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하려 하자 민주통합당 의원들의 퇴장하고 있다. 이로써 18대 국회는 4년 연속 예산안 합의 처리에 실패해 ‘불통 국회’라는 오명을 남기게 됐다. 강창광 기자
민원성 ‘쪽지’ 2천여건
막판 ‘끼워넣기’ 치열
한나라·민주 예결위원
지역구 예산 증액 ‘빈축’
막판 ‘끼워넣기’ 치열
한나라·민주 예결위원
지역구 예산 증액 ‘빈축’
지난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새해 예산 325조4000억원은 애초 정부가 제출한 326조1000억원에서 7000억원이 줄어든 규모이지만, 국회 심의 과정에서 지역구 예산은 1조원가량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4월 총선을 겨냥한 여야 의원들이 앞다퉈 민원성 ‘쪽지 예산’을 추가해, 도로나 지하철 등 사회기반시설(SOC) 사업 예산은 정부안(22조6000억원)보다 4427억원이나 늘었다. 이번 예산심의 때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소위에 들어온 여야 의원들의 민원성 쪽지가 2000건 이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 ‘문지방 예산, 토건 예산’ 여전 정부는 애초 신규 도로사업은 예산에 반영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세웠지만, 국회에서 선거용 지역구 ‘토건사업’을 막판에 대거 끼워넣었다. 특히 첫해 예산은 설계비 등 소액만 신청하지만 총 사업비가 수천억~수조원대에 이르는 이른바 ‘문지방 예산’도 재연됐다. 일단 착공 예산을 배정받으면 계속사업으로 분류돼 후속 예산을 따내기가 훨씬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올해 새로 예산이 배정된 중부내륙고속도로(화도~양평)와 서울지하철 7호선(인천~석남) 사업의 경우, 첫해 사업비는 각각 20억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7호선 연장 사업의 총 사업비는 1조2870억원, 중부내륙고속도로는 5000억원에 이른다.
각 지역의 ‘토건사업’도 대거 증액됐다. 호남고속철도의 경우 정부안보다 300억원 증액돼 7800억원이 반영됐다. 여수~고흥 연륙·연도교 사업은 60억원, 봉화~울진 국도는 50억원이 증액됐다. 부산 구포대교~대동수문 광역도로 예산도 150억원에서 180억원으로 늘어났다. 사실상 4대강 후속사업인 생태하천 복원사업 예산도 221억원 늘어난 1667억원으로 책정됐다.
■ 예결위 핵심 의원들 지역구 예산 ‘껑충’ 지난 31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통합진보당 곽정숙·조승수 의원 등은 “여야 교섭단체들끼리 모여 밀실에서 진행된 예산심의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며 지금처럼 진행되는 심의 방식을 비판했다. 예결위 계수조정소위 소속인 임영호 자유선진당 의원은 심의 과정에서 “여야 간사들끼리만 밀실협상을 할 거면 소위에서 탈퇴하겠다”며 항의했다. 정갑윤 예결위원장은 당시 “시간이 촉박하다”며 양해를 구했지만, 결과적으로 예결위원들은 상당한 지역 예산을 챙겼다.
정갑윤 위원장(울산 중구)은 울산 지역 예산 573억원을 확보했는데, 울산신항 남방파제 2단계 사업 설계비 40억원 등 신규사업 예산만 302억원이다. 정 위원장은 2500억원 한도의 울산과학기술대학교 2단계 임대형 민자사업(BTL)도 새해 예산안에 반영했다. 한나라당 이종혁 계수조정소위 위원(부산진을)도 부산지역 예산 증액분 1767억원을 끌어냈다. 역시 계수조정소위 위원인 한나라당 이정현(비례대표·광주 출마 예정) 의원과 강기정 의원(광주 북구갑·민주당 예결위 간사), 주승용(전남 여수을) 의원 등도 광주·전남 지역 예산을 1000억원 이상 증액하는 데 역할을 했다.
■ 농협 지원 예산, 국정원 예산은 절충 앞서 여야는 예산안 가운데 마지막까지 진통을 겪었던 농협 구조개편에 따른 지원액과 국가정보원 예산도 절충했다. 민주통합당은 농협중앙회 차입금에 대한 이자차액 보전금 1500억원을 삭감하는 대신 농협 구조개편(은행업과 경제사업 분리)을 1년 유예하는 안을 주장했지만, 최종적으로 이자차액 보전금을 유지하는 대신 정부의 내년도 농협 현물 출자금을 1조원에서 2조원으로 늘리는 쪽으로 합의했다. 국가정보원의 예산 심의 권한을 가진 국회 정보위는 이날 오후 회의를 열어 7000억원 규모의 국정원 예산 가운데 75억원 규모의 예산을 상징적으로 깎는 선에서 심사를 끝냈다. 석진환 김회승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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