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금 쪼개기 합법화하는 법안”
진보당 반발로 본회의상정 보류
진보당 반발로 본회의상정 보류
지난해 마지막 국회가 열렸던 31일, 여야는 예산안 및 부수법안 심사, 미디어렙 법안 협상, 이에 따른 거듭된 의원총회 등으로 종일 긴박하게 움직였다. 이 와중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어 ‘후원금 쪼개기를 합법화한 법안’이라며 비판을 받았던 이른바 ‘청목회법’(정치자금법 개정안)을 기습적으로 통과시켰다. 시급한 현안에 대해서는 좀처럼 합의를 이뤄내지 못하던 여야가 현역 정치인들에게 유리한 법안은 ‘발 빠르게’ 끼워넣기를 한 것이다. 이 법안은 이날 밤 열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었으나, 통합진보당과 교사·공무원 단체 등이 격렬하게 반발해 본회의 상정이 보류됐다.
현행 정치자금법 제31조 2항은 ‘누구든지 국내외의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고 돼 있는데, 이번 개정안은 이 조항에서 ‘단체와 관련된 자금’을 ‘단체의 자금’으로 바꾸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부받은 정치자금이 ‘단체의 자금’이란 사실이 명확할 때만 처벌할 수 있게 한 것으로, 청목회 사건처럼 특정 단체가 입법 등에 협조해준 국회의원에게 소속 회원을 시켜 후원금을 기부하는 행위가 합법화된다. 대기업이나 회원 규모가 큰 이익단체들이 소속 사원이나 회원들에게 조직적으로 후원금 기부를 대신하게 하더라도 ‘단체의 자금’이라는 점을 입증하지 못하면 처벌할 수 없다.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경한 법 우선 적용의 원칙’에 따라 이 조항을 적용받아 기소된 의원들은 면소판결을 받게 된다.
정치자금법 개정안 처리 과정에서 ‘교사·공무원들의 정치자금 후원이 가능하도록 하는 조항이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던 통합진보당은 “민주당이 약속을 또 져버렸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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