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기 뜨거웠던 전대 현장
15일 오후 1시30분부터 저녁 6시30분까지, 민주통합당의 당대표 및 최고위원을 뽑는 전당대회가 열린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 제1전시관에서는 박수와 함성이 끊이지 않았다. 1만4000개의 의자가 부족해 뒤늦게 도착한 이들은 선 채로 후보들의 연설을 들어야 할 만큼 열기가 뜨거웠다.
각 후보 진영은 이날 오전부터 투표가 진행될 당대회 현장 앞에서 입장하는 대의원들을 상대로 치열한 유세전을 벌였다. 전날까지 51만3000여명이 참여한 국민참여선거인단 투표에서 선두권 후보들 사이의 격차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면서 현장 분위기가 더욱 고조됐다. 국민참여선거인단 투표가 70%, 대의원 투표가 30% 반영되지만, 대의원 수가 2만1000여명에 불과해 대의원들의 막판 표심에 따라 순위 변동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각 후보의 지지자들은 후보를 상징하는 핑크색, 빨간색 목도리와 보라색 모자, 주황색 수건 등을 들고 대회장에 입장하는 대의원을 상대로 목이 쉬어라 한 표를 호소했다.
각 후보 진영에서는 이날 연설 순위를 둘러싸고 희비가 엇갈리기도 했다. 중위권을 달리는 후보의 한 캠프 관계자는 “1명이 2표를 행사하기 때문에 통상 자신이 지지하는 사람 1명 외에 나머지 1표는 현장 연설을 듣고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며 “늦게 도착하는 대의원들이 많고, 투표 직전에 들은 연설 내용이 기억에 많이 남기 때문에 뒷순번에 연설하는 사람이 아무래도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어수선한 상황에서 맨 처음 연설했던 이인영 후보가 아무래도 불리한 반면, 투표 직전 연설을 했던 문성근 후보는 경연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의 7번째 가수처럼 좀더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반면 한 당직자는 “2010년 전당대회 때는 야외인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치러져 후보자들의 연설이 잘 들렸지만, 이번 전당대회는 실내에서 치러진데다 오디오 상태가 좋지 않아 어떤 자리에서는 각 후보들의 연설 내용이 제대로 들리지 않은 곳이 많았다”며 “이번엔 현장 연설에서 크게 득을 보는 후보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전당대회장에는 각 후보 진영의 지지자들 외에도 한국노총 조합원 2500명이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라는 두건을 목에 두르고 대거 참여해 세를 과시하기도 했다. 또 각종 노동·시민단체에서 나온 이들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와 ‘외환은행 불법매각 저지’, ‘정봉주 전 의원 석방’, ‘국가비리수사처 설립’, ‘고속철도(KTX) 민영화 반대’ 등을 명분으로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전당대회에는 권노갑, 문재인, 이해찬, 손학규, 정세균, 정동영, 장상 등 민주당 상임고문과 한국노총 이용득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무소속인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두관 경남지사, 민주당 소속인 안희정 충남지사와 최문순 강원지사 등도 모습을 보였다. 한나라당 권영세 사무총장과 통합진보당 심상정 공동대표, 주한 미국·중국·일본 대사관 관계자들도 참석해 새 지도부 출범을 축하했다.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화환을 보냈다.
당대회에 앞서 민주당 지도부는 최근 불거진 전당대회 돈봉투 파문 등을 고려해 각 지역 대의원들이 전당대회장에 참석하지 않고 전날 해당 지역에서 진행된 현장 투표장을 이용하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일부 후보의 반대로 무산됐다. 석진환 김외현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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