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설 민심기행|광주·전남
현역 의원에 냉정한 평가
총선보다 대선 관심많아
“근디 안철수는 나온다요?”
현역 의원에 냉정한 평가
총선보다 대선 관심많아
“근디 안철수는 나온다요?”
“올해는 대통령에 누가 나오냐가 더 관심사제. 국회의원이야 맘에 차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 젊은 사람들이 좀 더 나왔으면 쓰것는디….”
설을 앞둔 지난 20일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 남광주시장에서 만난 박희춘(47)씨는 이렇게 말한 뒤, “근디 안철수씨는 나온다는 거요, 안나온다는 거요?”라고 되물었다. 생선을 파는 박씨는 “먹고살기 힘들어 명절 기분 안 난 지 오래됐는데, 지금 정치인들이 좋게 보일 리 있겠느냐”며 “싹 다 바꿔부렀으면 싶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건어물을 파는 조아무개(66)씨는 “그래도 요새 테레비 보면 민주당 사람들이 많이 바뀐 거 같은디, 어째 잘하면 대선에서 한나라당을 이길 수 있지 않겠느냐”며 기대를 드러내기도 했다. 시장에서 만난 다른 이들도 대체로 4월 총선보다는 12월 대선에 더 관심이 많은 듯했다. 호남 민심이 민주통합당의 출범과 한명숙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의 새 지도부에 후한 점수를 주고 있는 것도 결국 ‘전부 바꿔서라도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는 지역 정서와 맞닿아 있다.
광주는 민주당의 고향이자 뿌리 같은 곳이지만 총선이 다가오면 현역 정치인들에게는 비교적 냉정한 곳이다. 현재 광주 지역구 의원 8명 가운데 5명이 초선일 정도로 선거 때마다 현역 교체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이 지역에서 총선을 준비 중인 한 예비후보는 “돌아다니며 인사를 하다 보면 ‘선거 때 화끈하게 밀어줘도, 서울 가서 하는 걸 보면 영 시원찮더라. 당신도 그럴 거 아니냐’는 말을 많이 듣는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지역 분들의 기대와 정치의식이 높긴 한데, 지역을 대표할 비전 있는 정치인이 당장 눈에 띄지 않는다는 상실감 때문에 더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광주일보>와 이 광주·전남지역 19살 이상 남녀 2만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4월 총선에서 새로운 인물을 지지하겠다는 응답이 51.2%로 절반을 넘어섰다. 반면 현역 의원을 지지하겠다는 응답은 38.6%에 그칠 만큼 ‘물갈이 여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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