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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박원순 “안철수, 정치에 안달난 사람도 아니고…”

등록 2012-02-02 19:06수정 2012-02-02 22:29

3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2일 오후 서울시청 서소문별관 시장 집무실에서 〈한겨레〉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A href=”mailto:hyopd@hani.co.kr”>hyopd@hani.co.kr</A>
3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2일 오후 서울시청 서소문별관 시장 집무실에서 〈한겨레〉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서울시장 취임 100일 인터뷰
뉴타운 출구전략 위해 공적비용 투입 필요
‘출근대란 예방’ 통합 철도공사 검토할 필요 있어

55년 만의 2월 혹한이었다. 2일 오전 서울역에서는 지하철이 멈춰서 출근대란이 빚어졌다. 대중교통요금 인상 확정 발표를 두고 비판 여론도 만만치 않다. 취임 100일을 하루 앞둔 박원순 서울시장의 하루는 혹독했다.

“이제 100일이 돼가는데 전혀 낯설지 않고 몇십년 일한 것 같아요. 싫증나면 큰일인데….”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서소문별관 시장 집무실에서 <한겨레>와 만난 박 시장은 빡빡한 일정에도 피곤한 기색 없이 웃으며 말했다. 아침 8시 외부 전문가 특강부터 서울역 노숙인 쉼터와 지하철 사고현장 방문, 대중교통요금 인상 발표 기자회견, 성 김 주한미국대사 면담 등 빠듯한 일정을 소화한 박 시장을 애초 인터뷰 약속 시간보다 1시간30분 뒤로 늦춰 만났다.

-오늘 오전 서울지하철 1호선 서울역 사고현장에 갔는데, 돌아보니 어떻던가?

  “이번 사고는 (서울메트로가 아니라) 코레일의 사고였다. 나도 잘 몰랐는데 1호선 한개 노선을 두 회사가 다른 시스템을 갖고 운영한다는 게 참 웃기다. 이 사고를 보면서 광역 수도권전철 철도공사, 이런 걸 만들어서 중앙정부가 운영하든지 독립된 (통합)공사를 따로 설치해야 하지 않나 생각했다. (운영자가) 중구난방이다보니 여러 가지 의사 전달 불통으로 인한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 특히 1호선, 2호선은 설비가 30년이 넘어 늘 가슴 졸인다. 재투자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시민운동가로서 밖에서 본 서울시정과 안에서 본 시정 사이에 꽤 차이가 있을 것 같은데.

  “밖에 있을 땐 하고 싶은 것 골라서 신나게 일할 수 있잖나. 시장된 뒤엔 내가 하고 싶지 않아도 해야 하는 일도 있다. 대중교통요금 인상도 그렇고 뉴타운 출구전략도 그렇고 안 하고 싶은 일이다. (웃음) 옛날 시민운동할 때 같으면 대중교통요금 왜 인상하냐고 성명서만 내면 되는 일이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다.”

  -시장이 되길 참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는? 또 힘들 때는 언젠가?

  “신나는 일이 많았다고 말할 수 있다. 정책 결정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즐거워하고 이익을 보는 일이 늘 즐겁다. 정책 100개를 선정해 시민 평가를 받는 ‘희망씨앗’이 그런 것에 속할 것이다. 힘든 때는 시민들의 강력한 요청이 있지만 서로 이해관계가 충돌해 어느 쪽으로도 결정하기 막막할 때다.”

  -시장으로서 꼭 이뤄내고 싶은 것은?

  “아주 많아서…. (웃음) 크게 보면 복지·안전·일자리 세 가지를 얘기했다. 8만호 임대주택 건설, 국·공립 보육시설 확충 등이 필수적이다. 나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큰 틀도 있지만 작은 것들이 중요하다고 본다. 예를 들어 요새 추진하고 있는 게 ‘서울시 보행자 권리장전’이다. 보도블록 공사를 제대로 하도록 하는 건데 쉽지 않다. 보도블록을 비롯한 보행 불편을 완전히 해결할 계획이다.”

  -노숙인들 위해 서울역 지하도에 온돌 깔았다지만 근본적 대책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서울역 지하도 온돌은 80명 정도 수용할 수 있는데 170명까지 잘 수 있도록 확충할 계획이다. 그게 없었으면 어제같은 강추위에 얼어죽는 노숙인도 있었을 거다. 노숙인이 새로운 삶 살 수 있게 여러 프로젝트 하고 있다. 일자리 만들고 인문학 강좌도 운영한다. 양평이나 다른 지방도시에 농원을 조성해 노숙인들이 도시농업 할 수 있게 하는 프로젝트도 연구 중이다. ”

  -얼마 전 뉴타운 출구전략을 내놨는데, 이미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지역의 조합이 사용한 매몰비용 문제는 어떻게 풀어갈 건가?

  “이미 조합이 구성된 단계(111개 구역)에는 매몰비용이 클 수 있어 그걸 시가 부담하겠다고 말할 수 없는 입장이다. 중앙정부도 함께 책임을 져야 하고 지난 2008년 4월 총선 때 뉴타운을 공약한 이른바 ‘타운돌이’ 정치인들에게도 분명히 책임이 있다. 물론 조합에도 복마전이 있어 주민들 일부의 책임도 있고 투자한 건설기업들도 책임이 있기에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다 부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아무도 책임 안 지고 부담 안하면 사업이 공중에 뜨거나 어쩔 수 없이 진행하는 경우가 생기니 공적 비용이라도 투입해야 한다.”

  -그러려면 정치권 협조가 필수적인데.

  “국토해양부는 일단 난색을 표했다. 정부와 협의가 잘 안 되면 4월 중순엔 새 국회가 구성될 텐데 여·야를 막론하고 뉴타운 문제를 충분히 이해할 거다. 서울과 도시의 미래를 위해서는 주민들이 강력히 바라면 구역 지정 해제를 안할 수 없다. (정부와 국회가) 같이 부담해줄 의무도 있다고 생각한다.”

  -뉴타운과 재개발의 대안으로 제시하는 비전이 막연하다는 지적이 있다. 성미산마을, 두꺼비하우징 등을 일반화할 수 있느냐는 지적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도시를 뜯어고치는 대상으로 생각하는 게 문제다. 지역공동체를 중심으로 주택개량 사업이 일어나야 자발성과 지속 가능성이 있고 마을 경제를 살리는 거다. 뉴타운 사업은 도시 경관을 아파트 중심으로 추하게 만든 것을 넘어 지역공동체와 경제까지 파괴했다. 그 대안은 기존에 있는 지역사회가 스스로 만들고 서울시는 인프라를 깔아주거나 지원하면 된다.

  예를 들어 강북의 4개 자치구(강북·노원·도봉·성북)는 낙후된 베드타운이 되어버렸다. 서울시가 함께 고민하면서 미래를 만들어가야 한다. 상암디엠시(DMC)와 수색, 마곡지구, 구로·금천 디지털밸리 등 서남권도 공간을 만드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나는 서울시를 세계적인 모델 도시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지난 1일 전국시·도지사협의회의에서 정부에 지방정부 분권을 요구했는데?

  “내가 이것저것 요구사항 얘기하니 (이명박 대통령이) 웃으면서 ‘나도 서울시장 시절 이런 얘기 많이 했다’ 하더라. ‘그러면 심정을 잘 알아주셔야지’, 이런 얘기 주고받았다.

  대형 사업은 국가가 하지만 그외 많은 부분은 지자체에 밀어줘야 주민들에 밀착된 행정이 가능하다. 지방자치시대라지만 예산, 법률을 중앙정부가 틀어쥔 상황에선 힘들다. 시·도지사들이 공동성명을 낸 것도 그런 까닭이다. 인구 1000만명인 서울시는 웬만한 국가 규모인데, 현재 인사·예산 시스템으론 행복한 서울시 만들기는 역부족이다.”

  -민주통합당 입당 이야기가 나오는데 언제 어떤 형식으로 할 계획인가?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중에도 죽 밝혔듯 야권 통합과 혁신의 과정에서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민주통합당이 충분히 연대와 통합, 혁신을 이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측면에서 한계가 있지만 총선 과정에서 내가 노력을 포기할 수 없잖나. 총선 전 입당을 하겠지만, 구체적 시기와 방법은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또 한편 시민들이 내가 무소속인 상태에 대해 끝까지 기대와 희망을 갖고 있다. 그 역할을 포기할 순 없다. 입당해도 혁신의 방향으로 제대로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보고, 서울시장으로서 시정을 잘 운영하는 것도 영향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시정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는 어떻게 소통하고 있나?

  “마음으로 소통하고 있다. (웃음) 언론의 관심이 워낙 높아서 아주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만날 필요성이 있지 않으면 구태여 만나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한다. 안 원장이 기부재단 만드는 일에 몰두하고 있기 때문에 그 뒤는 아직 모르겠고 본인도 아직 충분한 결심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 안 원장의 행보와 관련해 어떤 역할을 할 생각인가?

  “내 경험을 봐도, 정치에 참여하는 건 누가 권해서 되는 건 아닌 거 같다. (정치할 때가) 운명처럼 오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안 원장이 정치하고 싶어 안달난 사람도 아니고 다른 데서 이룬 것 많은 사람이잖나. 그런 것들을 포기하기 쉽지 않을 거다. (정치 참여를) 결정했다가도 번복하는 과정일 거라고 생각한다. 되돌아갈 수 없는 결심이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언제 한번 만나서 어떤 상황인지 알아봐야겠다.”

  -아름다운재단을 만들어 국내 기부문화를 선도한 경험자로서 안 원장이 재단 만드는 데 조언한다면?

  “그 귀한 돈으로 통상의 다른 재단이 하는 사업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특별하고 다르게 쓰이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면 우리 시대 가장 큰 화두인 청년 실업이나 노인 실업 해소한다든지. 시대가 앞으로 창조적 시대로 가야 하는데, 창조적 실험들을 지원해줌으로써 한국 사회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도록 하면 좋겠다.”

  -지난해 10월27일 첫 출근을 지하철로 했다. 그 뒤 또 탄 적이 있나?

  “3~4번 탔다. 봄 되면 더 타려고 한다. 지하철 타고 다니면 기자들이 따라다녀 쉽지 않다. 시민들이 나를 알아보고 주위가 소란스러워지면 그것도 폐끼치는 것 아닌가. 그래도 지하철 타고 시장 가보고 현장 가는 건 늘 할 생각이다.”

인터뷰 김정수 사회2부장, 정리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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